오늘의 문장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2015년 3월 25일)

divicom 2015. 3. 25. 10:41

조금 전 오마이뉴스에서 현직 고등학교 선생님이 쓴 글을 읽었습니다. 제가 짐작했던 사실을 현장에서 확인하고 

계신 선생님의 글을 읽으니 이 글을 보다 많은 사람들, 특히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읽어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상급식을 받기 위해 자신의 가난을 '증명'해야 하는 아이들의 괴로움... 홍준표 경남지사를 비롯해 큰소리로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모두 배 부른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이 글을 읽어보길 바랍니다. 아래에 그 글의 일부를 옮겨둡니다. 기사 도입부와 중간의 말없음표는 기사가 잘렸음을 뜻합니다. 전문은 아래 주소에서 읽어볼 수 있습니다. 글을 써주신 김행수 선생님, 감사합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91817&PAGE_CD=N0004&CMPT_CD=E0018



구구절절 '가난증명서' 써도 탈락, 이게 학교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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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무상급식 중단이 시작된 곳은 홍준표 지사가 있는 경상남도이다. 앞서 그는 선거를 계기로 무상급식에 대한 입장을 바꾼 바 있다. 국회의원이던 2010년, 지방선거에서 진보교육감이 무상급식 공약으로 돌풍을 일으키자 "무상급식은 얼치기 좌파들이 세우는 국민현혹 공약"이라고 비난하더니, 2012년 경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해서는 "무상급식이 국민의 뜻이라면 그대로 실시하겠다"고 말을 바꾸었다. 그러다가 도지사로 당선된 이후에는 다시 무상급식을 공약한 바 없다면서 무상급식 예산 지원을 중단해버렸다.

김무성 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도 홍준표 지사의 무상급식 중단을 지지하고 나섰다. 분노한 학부모들이 도청과 의회 앞에서 집회를 하고, 제1야당 대표인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홍준표 지사를 방문해 해결을 촉구하고, 전국 시도교육감들까지 나서서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지만 홍준표 지사는 꿈쩍도 하지 않는 상태다.

결국 지난 19일 경남 도의회는 무상급식을 중단하고 저소득층 자녀에게만 급식을 지원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경남도 서민자녀 교육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가난을 증명하고 급식을 지원받아야 하는 것이 교육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이 있지만, 홍준표 지사나 새누리당은 '요즘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가난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동사무소나 인터넷을 통해 바로 할 수 있기 때문에 낙인효과 같은 것은 없다'고 주장한다.

더 가난하게 보이려 애써야 하는 현실, 너무 모른다

이런 주장은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주장이다. 필자는 고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다. 개학하면 학교는 정신 없이 바쁘다. 그 중에서도 교사들을 가장 바쁘게 하는 것이 바로 학비나 급식비 지원과 관련된 일이다.
학부모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내고, 조례나 종례 시간에 학생들에게 몇 번을 강조하고, 일일이 문자메시지를 보내도, 학비나 급식비 지원 신청을 잘 안 한다. 결국에는 담임교사가 일일이 해당 학생을 한 명씩 불러서 이야기하거나 학부모에게 전화로 지원 신청을 하라고 부탁 아닌 부탁을 한다.

이렇게 하여 인터넷으로 또는 동사무소에 가서 신청만 하면 학비나 급식비 지원이 나오는 학생은 전체의 20~30% 정도밖에 안 된다. 그렇다고 나머지 학생이 전부 지원이 필요 없는 부잣집 자녀들인 것은 아니다. 훨씬 더 많은 학생들이 지원을 필요로 하지만, 이런 학생들은 일일이 학교, 즉 담임교사를 통하여 지원 신청을 해야 한다.

담임교사를 하면서 가장 싫은 것이 바로 이것이다. 이런 지원에는 증빙서류가 필요한데 의료보험 납부 영수증이나 월세 증명서 같은 것들이다. 바로 '가난증명서'이다. 이 가난증명서를 바탕으로 담임은 학생과 집안 형편에 대해 상담하고, 부모와 전화 통화를 해야 한다. 대부분 학생들은 부끄러워서 말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

우여곡절 끝에 담임이 지원이 필요한 학생을 찾으면 직접 학비지원 신청서, 급식비 지원 신청서, 장학금 신청서 등을 써야 한다. 그 내용은 '이 학생이 얼마나 가난한가, 이 학생의 가정이 얼마나 지원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담임들은 이걸 구구절절 쓰면서 절망한다. 심사위원회 또는 선정위원회에서 지원대상자로 선정받기 위해서는 최대한 '불쌍'하게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신청한 학생의 태반이 지원을 받지 못한다. 

담임교사들은 학비나 급식비 지원이 필요한 학생을 파악하면서 한 번 절망하고, 이렇게 구구절절 가난을 증명하는 지원신청서를 쓸 때 또 한 번 절망하고, 지원대상 심사에서 탈락했다는 결과에 다시 한 번 절망한다. 가난증명서를 들고 와야 하는 우리 아이들은 얼마나 더 절망할까?...

이 모든 학생과 교사의 고민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제시한 '고교 무상교육' 공약을 지키는 것이다.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은 고등학교 진학률이 99.7%로 보편화되었고,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은 오래 전부터 실시하고 있다면서 고교 무상교육 실시를 공약했다.

2014년부터 매년 25%씩 확대하여 2017년에 전면 무상교육을 실시한다는 일정표까지 제시했다. 올해까지 고교 무상교육을 50%로 확대 실시하기로 했는데, 새누리당은 고교 무상교육 공약을 이행하기는커녕 이미 실시하고 있던 의무교육 단계의 무상급식까지 후퇴시키려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초등 종일 돌봄교실의 무상급식 실시를 공약하고, 언론 인터뷰에서 100% 무상급식 확대를 주장할 때, 당선을 위하여 국민에게 거짓말을 해도 된다고 생각한 것인가? 그래 놓고 이제 와서 경남도의 무상급식 중단에 침묵하는 것인가. 이는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무상급식 논쟁에 대한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의 침묵이 너무 길다. 정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제대로 주지 않고 누리교육 예산을 강제 배정하면서 무상급식 재원이 부족해진 측면도 이번 논쟁에 일조한 측면이 크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자신이 한 공약을 지켜야 한다. 못 지킬 사정이 생겼으면 국민에게 사과하고 사정을 설명해야 한다. 무상급식 중단 논쟁의 확대든 종결이든 대통령은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 지금이 초·중학교 무상급식을 축소·중단할 때인지, 반대로 고등학교 무상교육으로 확대할 때인지 분명히 밝히는 것이 대통령의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청와대의 무상급식 논쟁에 대한 '강 건너 불구경'이 너무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