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정치인들의 왕성한 식욕(2015년 3월 26일)

divicom 2015. 3. 26. 12:04

음울한 뉴스가 많은 나날이지만 오늘 신문에는 재미있는 기사가 읽는 이를 즐겁게 합니다. 한겨레신문 성한용 선임기자의 글입니다. '정치인들은 식욕이 왕성하다, 왜?'라는 제목이 달려 있습니다. 뒤로 갈수록 재미있지만 길이가 길어 앞부분만 옮겨둡니다. 끝부분의 말없음표는 잘려나간 문장이 있음을 뜻합니다.

전문은 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684073.html?_ns=t1 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정치인들은 식욕이 왕성하다, 왜?


욕망 채우는 정치인들이 꼭 ‘나쁜 사람들’인 것은 아니다

권력욕·명예욕·성취욕 등 ‘욕망’ 왕성한 자가 일 더 잘해


정치에 대해 잘못 알려진 상식이 여러가지 있습니다. 정치인은 사리사욕이 없어야 한다는 말이 대표적입니다. 그럴듯합니다. 그러나 반만 맞는 말입니다. 정치인이 개인적 이익을 먼저 챙기면 안됩니다. 정치인은 공익의 수호자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서 사익을 챙기는 정치인은 감옥에 보내야 합니다.


그러나 사욕이 없어야 할까요? 이건 좀 이상합니다. 정치인도 인간입니다. 명예욕이 있고, 식욕이 있고, 성욕이 있는 인간입니다.


오히려 명예욕이 강한 사람이 바로 정치인입니다. 명예욕이 없는 사람이 정치를 잘 할 수 있을까요? 없습니다. 정치인에게 명예는 가장 소중한 가치입니다. 공동체를 위해 앞장서서 일을 하고 그 일로 평가를 받고 다시 그 평가를 기반으로 지위를 획득해 일을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명예욕이 없는 정치인’은 형용모순입니다. 현실 세계에 그런 정치인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정치인은 자기 자랑이 심합니다. 자신이 한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야 하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천성이 겸손한 사람은 정치를 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제가 관찰한 바로는 정치인들이 식욕도 왕성합니다. 정치는 체력을 필요로 하는 직업입니다. 잘 먹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밥그릇을 앞에 놓고 ‘깨작깨작’하는 정치인을 저는 본 일이 없습니다. 식욕이 좋은 어떤 의원이 “이 세상에는 두 가지 음식만 존재한다. 하나는 ‘맛있는 음식’이고, 다른 하나는 ‘아주 맛있는 음식’이다”라고 하는 말을 들은 일이 있습니다.


정치인에게 식사는 그 자체가 중요한 정치활동이기도 합니다. 국회 안팎에서는 아침식사를 하며 진행하는 조찬 정책간담회나 조찬 토론회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선거 때가 되면 정치인들은 점심과 저녁식사 자리 두 세 곳을 찾아다니며 지지를 호소합니다. 미국에서 정치인에게 식사 자리는 정치자금을 모으는 중요한 통로입니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모두 대식가였습니다. 이런 일화가 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야당 총재 시절 청와대에 가서 김영삼 당시 대통령과 점심시간에 영수회담을 했습니다. 당시 청와대에서는 손님들에게 꼭 칼국수를 대접했습니다. 영수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김대중 총재는 먼저 당사 지하에 있던 식당으로 가서 밥을 먹고 난 뒤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칼국수 한 그릇으로는 양이 차지 않았던 것입니다.


지금은 정계에서 은퇴한 손학규 전 대표도 대식가입니다. 그는 특히 김치를 아주 좋아합니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김치를 남기면 가져다 먹곤 했습니다.


성욕은 어떨까요? 저는 정치인들이 성욕도 왕성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 정치인들은 스캔들이 많고 혼외자 의혹도 많습니다. 제가 세운 가설은 이렇습니다. “모든 욕망의 코드는 통한다. 명예욕이 강한 사람은 성취욕도 강하고, 권력욕도 강하고, 소유욕도 강하고, 식욕도 강하고, 성욕도 강하다. 한 마디로 모든 욕망이 다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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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이 하는 말도 잘 가려서 들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