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김난도라는 '멘토'(2015년 3월 3일)

divicom 2015. 3. 3. 16:28

어제 서울대학교 입학식에서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명연설'을 했다고 인터넷에 회자되고 있습니다. 

첫머리에서 희망이 사라진 현실을 언급하며 '갑질놀이'를 비판하고 '나이 든 자의 책무'를 강조하는가 하면, 사회적 약자, 공동체와 함께 가는 '선한 인재'가 되라고 조언했다고 합니다. 


말은 다 옮은 말인데 가슴으로 들어오진 않습니다. 언젠가 미용실에서 김 교수가 쓴 베스트셀러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읽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냥 이분도 진짜 아파보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요. 김 교수에겐 미안하지만 서울대 신입생 중에 그의 연설에 공감하여 '선한 인재'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올해 신입생 분석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작년 통계를 보면 서울대에 입학한 일반고 졸업생의 절반(47.9퍼센트)은 강남3구 출신입니다. 입시전문업체 하늘교육이 분석한 '서울지역 일반고의 서울대 입학 현황'에 따르면,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로 이어지는 합격자 배출 순위는 분석을 시작한 2008학년도부터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고 합니다. 작년에 통계를 발표하며 하늘교육 임성호 대표가 한 말이 인상적입니다. 

(http://www.hankookilbo.com/v/077a6cae9adb414892c6717bc96792de)


임 대표는 “교육기회의 균등이란 가치는 한국 사회에서 무너진 지 오래”라며 “부유층 학생들의 명문대 편중 현상이 확고해지는 이유는 초등학교 때부터 고액 사교육을 받고 자라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교육연구정보원이 작년 8월에 발표한 ‘교육격차 원인 및 변화분석’ 을 보면 2013년 기준 월소득 200만원 이하 가정의 학생의 국어ㆍ영어ㆍ수학 성적은 192.63점이고, 월소득 501만원 이상인 가정 학생의 점수는 218.32점이었습니다.소득이 높은 가정일수록 사교육비를 많이 지출한다는 것을 모르면 이 나라 국민이 아닙니다.


잘 사는 부모 덕에 서울대에 들어가고 서울대를 졸업한 후엔 로스쿨이나 유학을 다녀와 소위 '사회지도층'이 되고 

고위공직자가 되어 나라를 자신들에게 이익되는 방향으로 끌고 가는 사람들... 그 사람들 덕에 나라가 뒷걸음질을 치고 있는데 서울대의 등록금은 사립대보다 훨씬 낮습니다.


저는 서울대학교의 등록금을 사립대 수준, 아니 그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입학생 부모의 경제 수준에 맞추어 부유한 사람은 사립대 등록금보다도 훨씬 높은 등록금을 내게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지금처럼 조금 내게 하면 더욱 좋겠지요.


이런 상황에서 '청춘의 멘토'가 서울대 입학식에서 얘기할 기회를 얻었다면 무슨 말을 해야 할까요?


포털사이트에 '김난도'라고 치니 '김난도 쓰레기'라는 자동검색어가 나타납니다. 클릭해보니 영화감독 변영주 씨가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아프니까 청춘류의 책은 쓰레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하여 논란이 되었다는 머니투데이 기사(2012년 10월 4일)가 나타납니다. 아래에 그 기사 일부를 옮겨둡니다. 말없음표는 기사가 잘렸음을 뜻합니다. 

기사 전문은 아래 주소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2100410075797125&outlink=1

변영주 "아프니까 청춘류, 쓰레기"에 김난도는...

김 교수 "최소한 예의 필요... 모욕감에 잠 못자"... 변 감독 트위터로 사과

영화감독 변영주씨(46)가 "'아프니까 청춘이다'류의 책을 써서 먹고 사는 사람들은 정말 치졸하다. 쓰레기라는 생각을 한다"고 발언한데 대해 책의 저자 김난도 서울대 교수(49)가 변 감독에게 항의 목소리를 전했다.

김 교수는 지난 3일 자신의 트위터(@kimrando)를 통해 "프레시안 인터뷰에서 저를 두고 'X같다'고 하셨더군요. 제가 사회를 이렇게 만들었나요?"라며 "아무리 유감이 많더라도 한 인간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는 필요하지 않을까요? 모욕감에 한숨도 잘 수 없네요"라고 밝혔다.

그러자 변 감독은 트위터(@redcallas)에서 "트윗상에 회자되는 것과는 좀 다르고, 선생님을 두고 그런 표현을 한 것은 아닙니다만 그렇게 읽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동의하지 않는다는 사적인 표현이 인터뷰어에 의해 공적으로 전환됐다"며 김 교수에게 사과했다.

이에 김 교수는 "알겠다"고 짧게 답했다...

김 교수는 "책이 출간되고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고 숱한 비판도 받았다. 비난은 아파도 겸허하게 새겨들으려 애썼다"며 "다만 비판에도 최소한의 예의가 필요함을 고려해주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변 감독은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류의 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며 "내용과 상관없이 애들한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무가지로 돌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왜 그걸 팔아먹나? 아픈 애들이라며? 아니면 보건소 가격으로 해 주던가. 20대들에게 처방전이라고 하면서 무엇인가 주는 그 어떤 책도 팔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tak0518)는 "변영주 감독이 김난도를 비난했다기 보다는 '그런 류의 책들을 써낸 사람들 혹은 기성세대 전체에 대한 비난이라 이해해야한다"며 "마흔이 넘으면 세상 탓하지 말고 세상에 대한 책임을 느끼라는 말일 것"이라고 했다.

백찬홍 씨알재단 운영위원은 자신의 트위터(@mindgood)에 가수 배철수씨가 "나 같은 기성세대는 투덜대면 안됩니다. 사회가 이렇게 된 데 책임을 지고 젊은이들에게 미안해 해야죠"라고 말했던 내용을 트윗한 후 "김난도 교수가 적어도 이 정도는 반응해야 정상적인 어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