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일대일(2014년 6월 3일)

divicom 2014. 6. 3. 00:51

김기덕 감독의 영화 '일대일'을 보았습니다. 상영관이 몇 개 되지 않아서인지, 지방선거가 코앞이라 그런지, 김기덕 감독에 대한 편견 때문인지, 이화대학 구내 '아트하우스 모모' '일대일' 상영관엔 저를 포함해 네 사람뿐이었습니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어렵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고려했는지, '일대일'은 김 감독의 어떤 영화보다 친절했습니다. 현실을 그대로 화면에 옮겨 놓은 영화이니까요. 김 감독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깊은 뜻’을 헤아리기 위해 이 영화를 연출했다고 합니다. 


그는 제작노트에 이렇게 썼습니다. “<일대일>은 내가 살고 있는 이곳, 대한민국에 대한 영화다. ‘나 역시 비겁하다’는 것을 먼저 고백하면서 이 시나리오를 썼다. 나는 이 땅에 살면서 매일 충격을 받는다. 부정부패도 성공하면 능력이 된다.”  


영화에는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으면서 뭔가 더 잃을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나옵니다. 한숨이 나옵니다.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들이 조선일보를 보고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하는 것을 볼 때 나오는 한숨입니다. 두려움에 젖은 사람들, 비겁이 제질화된 사람들이 이 영화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각성하면 좋으련만 극장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김 감독은 원래 10만 명의 관객이 들기 전까지는 2차 판권을 출시하지 않으려 했지만 너무 관객이 들지 않아 2차 판권을 출시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즉, IPTV, 디지털케이블(홈초이스), 온라인, 모바일, 웹하드 등을 통해 안방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는 겁니다.


국내에서는 흥행이 부진하지만 베니스에서는 인기가 있나 봅니다. '일대일'이 베니스국제영화제 기간 중에 열리는 제 11회 베니스 데이즈의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주연배우 마동석이 8월 27일에 개막하는 베니스 데이즈에 참석한다고 합니다. 베니스 데이즈는 베니스국제영화제 기간 중 이탈리아 영화 감독협회와 제작가협회의 주관으로 개최되는 영화제로 칸국제영화제 기간 중 개최되는 ‘감독 주간’에 해당되는 행사라고 합니다. 


김 감독은 2012년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피에타’, 2013년 제7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 초청작 ‘뫼비우스’에 이어 ‘일대일’로 3년 연속 베니스를 방문하게 되었다니, 베니스가 김 감독을 과대평가하는 걸까요, 우리나라 관객들이 뛰어난 감독을 몰라보는 걸까요? 저는 후자라고 생각합니다. 김 감독이 우리의 동행이어서 참 자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