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과 관련된 사실이 하나씩 드러날 때마다 이 나라의 후진성이 드러납니다. 그 후진성의 뿌리는 시민 개개인보다 나라 살림을 맡아 하는 정부에 있습니다. 아래 글을 읽어 보시면 상황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어떻게 해야 이런 사태를 막을 수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 글은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2014년 4월 22일 (화) 오후 7시 35분에 방송된 내용을 옮긴 것이며, 너무 길어 조금 줄였습니다. 전문을 보고 싶은 분은 아래 주소로 들어가 보시기 바랍니다.
http://media.daum.net/issue/627/newsview?issueId=627&newsid=20140423060306571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출연 : 조원철 교수 (연세대 방재안전관리 연구센터장)
◇ 정관용 > 다른 분도 아니고 방재전문가시라서 이번 사고를 보시고 다른 분보다 더 속상하실 것 같아요.
◆ 조원철 > 죄송하고 가슴 아플 뿐입니다. 그저 미안하고 가슴 아픈데 제가 왜 이 말씀 드리냐면, 제가 88년부터 이 재해재난 방재안전을 연구를 하고 그 동안에 많은 제자들도 또 훈련하고 했는데. 이번에 모든 것이 허물어져 버렸거든요. 90년대 초반부터, 뭐 구체적으로는 90년 4월부터 노력해서 조금은 나아지는 듯 했습니다. 한 2000년대 중반까지는요. 그러다가 그 후에 무너지기 시작해서 작년, 금년에 이르러서는 참담할 정도로 제가 염려를 하고 경고를 했습니다마는, 그야말로 무너져버린 상태가 돼 버렸습니다.
◇ 정관용 > 잠깐만요. 90년 4월경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는 조금씩 좋아지다가.
◆ 조원철 > 조금씩 좋아졌습니다.
◇ 정관용 > 2000년 중반 이후에 무너졌다?
◆ 조원철 > 무너진 상태로 저는 판단하고 있는데.
◇ 정관용 > 그 이유가 뭡니까? 2000년대 중반에 무슨 일이 있었기 때문에요?
◆ 조원철 > 이게 우리나라의 재난 발생 그 주기를 저희가 분석을 해 보면 한 4.5년 짧게는. 또 중기는 한 9년 정도. 길게는 20년 정도의 주기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주기성을 갖고 있는데 이 주기성의 근거가, 이 원인이 뭐냐 하는 것은 저희가 나름대로 분석을 하고 있는데. 우리 대한민국은 굉장히 역동적인 우리 국가사회 아닙니까? 그런데 역동적이라는 말 이면에는 반드시 불안정이라고 하는 것이 반드시 따라갑니다. 이 불안정을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주기가 바로 이 주기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최근에 와서 이게 거의 절정에 다다른, 그런 판단을 저희가 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 그러니까 2000년대 중반 이후 큰 사고가 별로 없다 보니 그냥 무감각해지고.
◆ 조원철 > 잊어버린 거죠.
◇ 정관용 > 그렇게 됐다는 이 말인가요?
◆ 조원철 > 네.
◇ 정관용 > 무슨 또 다른 어떤 행정적, 제도적, 법적 변화 때문에 무너졌다, 이런 게 아니고?
◆ 조원철 > 그것도 중요한 원인입니다. 특히 이제 현 정부 들어와서 안전행정부로 바꿨지 않습니까?
◇ 정관용 > 맞아요.
◆ 조원철 > 사실 저 개인적으로는 그 전 정부에서 행정안전부라는 안전이라는 말이 들어갔을 때 기대가 컸었고요. 또 이번에 안전행정부가 됐을 때 상당히 기대가 컸습니다. 그래서 안전이 우선하면 소위 안행부의 제1차관이 안전을 담당할 거다, 기대를 했는데 그것도 아니고. 제2차관이 그걸 담당하게 되어 있거든요. 그런데 제2차관하고 그 밑에 있는 재난관리국, 이게 인적 구성을 보니까 소위 전문성에 대해서는 거의 제로 상태에 가까운 분들이 그 직책을 담당하고 계시더라고요. 그런데 공직에서 전문성이라고 제가 정의하는 것은 자기 업무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의 최고가 되라 하는 제 나름대로 원칙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런데 그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잘 짰든 못 짰든 있는 매뉴얼 같은 것을 숙지를 하고 훈련을 해야 되거든요. 그것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하는 상황을 저희가 작년부터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 정관용 > 우선 정리해 보자면 정부는 안전행정부로 이름은 바꿨지만.
◆ 조원철 > 그렇죠.
◇ 정관용 > 정작 1차관이 아닌 2차관이 그냥 안전을 담당했고. 그 밑에 주무국이 재난관리국인데. 2차관도, 재난관리국의 요원들도 방재 전문성이 없는 공무원들이더라?
◆ 조원철 > 그렇죠. 그 전문성을 쌓으려는 노력이, 전혀 긴장감이 없는 분들이었습니다.
◇ 정관용 > 주로 그럼 어떤 출신 분들이에요?
◆ 조원철 > 전부 행정직이죠.
◇ 정관용 > 그냥 행정관리?
◆ 조원철 > 네. 그렇게 하고 힘들고 책임지는 것은 전부 하부기구로 다 넘겨버렸죠. 예를 들면 소방방재청 같은 데 있죠. 넘겨버리고 명령하고, 지시하는, 보고만 받는 부서로 바뀌어 버린 겁니다.
◇ 정관용 > 과거에는 안전행정부 전 행정안전부 시절에는 그러면 전문가들이 있었습니까?
◆ 조원철 > 여럿 있었죠.
◇ 정관용 > 재난관리국 안에?
◆ 조원철 > 네, 그렇죠.
◇ 정관용 > 그럼 그 전문가 분들은 다 어디로 갔습니까, 그럼?
◆ 조원철 > 그 순환보직제로 해서 행정직들한테 밀려서 다 전부 다 한직으로 다 밀려났죠.
◇ 정관용 >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 재난의 현행법에 의하면 말이죠. 자연재해는 소방방재청이 맡고, 사회적 재해는 안전행정부가 맡도록 되어 있다면서요.
◆ 조원철 > 그렇죠.
◇ 정관용 > 이렇게 나누는 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조원철 > 우리가 재해, 재난은 자연재해가 있고 자연재해가 일어나면 시설재해가 일어납니다. 무너지고, 부서지고 하는 거죠. 그다음에 시설재해가 일어나면 사회적 혼란으로 이어지는 소위 사회적 재해가 발생을 하게 돼 있습니다. 그다음에는 우리 국민들, 또는 우리 많은 분들이 다치고 해서 건강재해로 이어지는데. 이렇게 현재 이원화, 더 나아가면 소방도 있기 때문에, 그렇게 나눈 것까지는 있을 수 있다고 저는 보고 있는데. 사회적 재해 특성을 관리를 하려면 뭐를 알아야 하지 않습니까?
◇ 정관용 > 전문가가 해야죠.
◆ 조원철 > 전문가라고 하는 것은 아까 말씀드린 대로 자기가 맡은 일에는 전문성을 발휘하도록 노력을 해야 되는데. 이런 사회적 재해의 발생 메커니즘이라든지 발생의 기원 같은 것, 또는 진행과정,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다라는 하는 것은 상세하게는 모르더라도 대충 그래도 알고는 있어야 관리를 할 수 있거든요. 이것을 알려고 하는 노력이 전혀 없었다고 하는 데서 모든 문제가 발생하는 겁니다.
◇ 정관용 > 그래서인지 이번 사고 초기에 무엇보다 초동대응 부실이 피해를 키우지 않았습니까?
◆ 조원철 > 그렇습니다.
◇ 정관용 > 그리고 심지어는 탑승객 숫자, 또 구조된 사람을 숫자도 막 200명씩이나 왔다 갔다 하고 말이죠.
◆ 조원철 > 중요한 것이요. 탑승객 숫자를 어느 기관에다 알아봐야 되는지 몰라요. 그거는 인천해운항만관리청에 가면 바로 보고가 되거든요. 그나마 그거마저도 엉터리였습니다마는. 그 해운항만관리청에다가 질문을 해서 몇 명이 탔냐 하는 것을 확인하면 되는데. 그 관리기관마저도 모르고 있는, 그런 실태가 드러났거든요. 그것도 다섯 번이나 숫자가 바뀌고 아직도 맞는지, 안 맞는지 모릅니다.
◇ 정관용 > 정확하지 않다고 스스로 인정을 했어요, 지금.
◆ 조원철 > 네, 맞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까 무임승차한 사람들. 그걸 전부 숫자를 지금 얼버무리고 있죠.
◇ 정관용 > 그래서 뭐 우리 하나하나 따져야 될 것은 많습니다마는, 조 교수님 보시기에 제일 큰 문제는 뭡니까?
◆ 조원철 > 현재 우리의 재난관리체제는 전부 중앙체제입니다.
◇ 정관용 > 중앙체제.
◆ 조원철 > 중앙재해대책본부. 우리가 약칭 중대본이라고 그러는데. 중대본의 앉아계신 분들이 의사결정을 하는데, 문제는 현장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이 앉아 있어요. 현장에서 어떤 보고를 하더라도 그것의 물리적인 특성이라든지 이걸 전문성이 없다 보니까. 그 상황을 전혀 모르는 분들이 앉아서 의사결정을 하니까. 황당한 결정이 나오고 시기에 맞지 않고 절차에 맞지 않는 그런 결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이번에 중대본에 여실히 드러났고. 중대본을 지원을 하고 있는 우리 안전행정부의 안전관리. 꼭 같은 현상이 발생한 거죠.
◇ 정관용 > 그럼 중대본의 현장 상황을 아는 사람들이 있으려면 뭘 어떻게 바꿔야 하나요?
◆ 조원철 > 그런데 중대본은요. 저희가 앞으로 만약 이 기구를, 이번에 참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고 하더라도 철저하게 외양간은 고쳐야 되는데. 재난관리는 현장에서 관리를 해야 됩니다.
◇ 정관용 > 현장에서.
◆ 조원철 > 현장에서 관리를 하고, 관리할 수 있는 체제와 모든 시스템을 빨리 구축을 해 줘야 되고. 그다음에 중앙정부는 소위 중대본 같은 데서는 그 현장 관리자들이 관리할 수 있도록 국가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지원을 해 줘야 됩니다.
◇ 정관용 > 거긴 지원시스템으로 가야 되고.
◆ 조원철 > 그렇죠. 지원 시스템으로 가야 합니다. 행정명령 내리고 뭐 보고받고 하는 그런 시스템이 아니라 지원 시스템으로 되어야 됩니다. 예를 들면...
◇ 정관용 > 그럼 현장관리의 컨트롤 타워는 누가 어떻게 맡아서, 어떻게 구성해야 합니까?
◆ 조원철 > 예를 들어서 우리 육상 재난 같으면 234개 시·군·구가 있지 않습니까? 군수가 관리해야 돼요. 그래야 그 지역의 특성에 따라서 재난 자체도 특성이 다르고 관리하는 방법도 다르게 나타나거든요. 그분들이 일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주고 지원시스템을 만들어야 되고 이번 같이 해난사고 같으면 제가 판단하건대 목포지방해양경찰청이 담당을 해야 된다고 봅니다. 그렇게 하면 그다음에 이 중앙대책본부에서는 해군에서는 뭘 지원하고, 육군에서는 뭘 지원하고, 해양수산부에서는 뭘 지원하고 하는, 각 우리 정부의 기능이 있지 않습니까? 그 기능을 총동원해서 할 수 있도록 하고. 너 왜 이걸 지원 기능을 제대로 안 했냐. 감독하고 채찍을 가해 주는 그런 역할을 해야 되거든요. 이런 걸 우리가 기능적 통합시스템이라고 그럽니다. 이것을 90년대 중반부터 그렇게 강조를 했는데. 이미 옛날에 하던 겁니다. 이게 중앙재해대책본부로 전부 와서 명령만 하고. 실상도 이해를 못하는 그런 상황이 되어 버렸죠.
◇ 정관용 > 옛날에는 이렇게 현장에 실질적으로 현장 상황을 아는 쪽이 컨트롤 타워를 잡고. 중앙정부는 지원만 하는 것으로 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고요, 제도가?
◆ 조원철 > 그렇게 완벽하게는 되어 있지는 않았습니다마는, 예를 들어서 60년대는 어떤 상황이 있었느냐 하면, 대통령인지 누군지 정부가 이런 이런 상황을 부여합니다. 예를 들어서 북한에서 침범이 왔다, 그러면 각 부처가 해야 할 일들이 뭐냐 하는 것을 전부 소위 그 시피엑스 과정에서 그걸 다 계획서를 내거든요.
◇ 정관용 > 시피엑스가 뭡니까?
◆ 조원철 > 그런 상황이 부여되고 상황에서 자기가 할 역할을 계획서를 내는 것. 그런 훈련을 했거든요.
◇ 정관용 > 훈련.
◆ 조원철 > 그렇게 해서 잘한 부서는 상을 주고 못한 데는 채찍을 가하는, 그런 훈련과정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없어요.
◇ 정관용 > 그리고 법상 어쨌든 무슨 사회적 재해가 벌어지면 무조건 안전행정부가 중심이 돼서 중앙재해대책본부를 만들어라, 이렇게만 되어 있다는 거죠?
◆ 조원철 > 그렇죠.
◇ 정관용 > 미국 같은 경우가 아까 교수님 말씀하신 대로 9.11테러 때도 바로 그 9.11테러 건물의 소방관리 책임자가 총책임자를 맡았다던데, 맞습니까?
◆ 조원철 > 그 세계무역센터 WTC라고 하죠. 그 무역센터가 포함돼 있는 9개 블록을 관장하는 소방관이 field martial, 야전사령관이 됩니다. 그런데 그 분의 행정적 최고상관이 누구냐 하면 뉴욕시장이거든요. 그런데 뉴욕시장이 그 field martial, 야전사령관 밑에 가서 모든 행정지원을 했거든요. 그리고 연방 재무성 긴급비상예산관이 현금을 갖고 와서 필요한 돈을 전부 지원을 했습니다. 그렇게 하고 일일 정산을 하고 그래서 나중에 다 정돈된 다음에 정산을 해서 마무리하는 그런 절차를 다 밟고 있거든요.
◇ 정관용 > 그런데 지금 왜 우리 총리가 현장에 상주한다고 그러는데.
◆ 조원철 > 그거 웃기는 얘기입니다.
◇ 정관용 > 총리가 지휘할 것이 아니라 사실은 우리 교수님의 의견에 따르면 목포지방해양경찰청장이 지휘를 하고, 총리가 그의 지휘를 받아서 필요한 부처를 동원하도록 해야 되는 거군요.
◆ 조원철 > 그렇죠. 맞습니다. 그래서 총리께서는 각 우리 부처가 갖고 있는 자원, 정보, 인력, 물자, 기술, 이것들을 전부 지원하도록 해서 너 왜 지원 잘해라. 못하면 못하는 것을 또 독려해서 지원하도록 만들어주고. 그런 지원 기능을 가져야 되는데. 총리께서 왜 현장에 가 계신지 모르겠어요.
◇ 정관용 > 글쎄 말이에요.
◆ 조원철 > 상당히 불편하거든요, 현장에서는.
◇ 정관용 > 일반 국민들의 걱정이 워낙 크니까 정부가 최선을...
◆ 조원철 > 이해는 합니다.
◇ 정관용 > 최선을 다 한다는 보여주기식 아닐까요.
◆ 조원철 > 그렇죠. 그거 이해는 합니다마는, 그게 현장에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거든요.
◇ 정관용 > 그러면 지금 현재 여기에서는 목포지방해양경찰청장이 누구의 지휘를 받아요?
◆ 조원철 > 현재는 해양경찰청장의 지휘를 받고. 현재는 지휘관이 분명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여러 범정부 기구가 모였다고 하는데. 지휘하는 사람도 뭘 지휘해야 되는지를 모르고. 그다음에 각 범정부가 모여서 뭘 해야 되는지 제대로 모르고 있죠.
...
◇ 정관용 > 우리나라에 그런데 각종 매뉴얼은 3천 몇 백 개가 있다면서요?
◆ 조원철 > 있을 것 다 있습니다. 그중에 문제도 많이 있습니다마는.
◇ 정관용 > 그거 연습 안 한다면서요?
◆ 조원철 > 안 하죠. 내용도 모르고 매뉴얼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연습을 합니까?
◇ 정관용 > 그냥 갖추고만 있는 거군요, 매뉴얼을.
◆ 조원철 > 갖추고 있는데. 때로는 경우에 따라서는 저희가 확인을 하는 다른 경우입니다마는, 가보면 매뉴얼이 어디에 있는지를 몰라요. 그런데 상황은 예를 들어서 댐이 무너졌다 하면 상황은 한 10분에서 20분이면 다 끝나버리거든요. 도시가 마비가 되는데. 매뉴얼 찾아서 그때 하면 한 40시간 걸리는 매뉴얼이 돼 있습니다.
◇ 정관용 > 그 담당자들이 다 없나요?
◆ 조원철 > 있죠. 매뉴얼이 어디, 이건 매뉴얼은 대외비입니다.
◇ 정관용 > 담당자들도 매뉴얼이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
◆ 조원철 > 잘 모르고 내용을 모르죠. 알 필요도 없어요. 사고 안 나기만 기다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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