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tbs '즐거운 산책'에서는 에드가 알랜 포(Edgar Allan Poe: 1809-1949)의 시 '애너벨 리(Annabel Lee)'를 감상하고, 이수인 작곡 김재호 작시 '고향의 노래'를 바리톤 최현수 씨의 목소리로 들었습니다. 설이 코 앞으로 다가온 오늘 듣기에 좋은 노래였습니다. 제 칼럼 '들여다보기'에서는 '단추'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1943년 오늘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여성 록커로 불리는 재니스 조플린(Janis Joplin)이 태어난 날이어서 그의 노래 'Me and Bobby McGee'도 들었습니다. 이 노래는 조플린 사후에 나온 유작 앨범이며 가장 위대한 앨범 중 하나로 꼽히는 'Pearl'에 수록되어 었습니다. 포는 마흔에 조플린은 겨우 스물일곱 살에 숨졌습니다. 개인적 불행에 갇히지 않고 전력을 다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했던 사람들, 그들 덕에 인류의 문명이 발전한 것이지요.
영화 '변호인'을 보면서, '애너벨 리'를 읽고 'Me and Bobby McGee'를 들으면서, 사람의 가치는 그 사람이 이 세상에 얼마나 오랫동안 존재했는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그 사람이 이곳에서 무엇을 어떻게 했느냐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영화 '변호인'을 본 사람의 수가 곧 천만을 돌파할 거라고 하니 '불행 중 다행'입니다. 어제 신촌의 메가박스에 갔다가 두 가지 이유로 놀랐습니다. 메가박스의 8개 관 중에 한 관에서만 '변호인'을 상영해서 놀랐고, 영화가 끝난 후 관람객들이 흘리고 간 팝콘이 바닥에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는 것을 보고 또 놀랐습니다. 팝콘을 들고 들어온 사람들은 대개가 대학생으로 보이는 20대 젊은이들이었는데 그런 시민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나이 들며 얼마나 더 악화될까 생각하니 나라의 앞날이 심히 염려되었습니다.
영화의 배경이 된 1970년대와 1980년대의 괴로움이 살아나고, 그런 시대를 거쳐 발전한 민주주의가 뒷걸음질치는 게 분해서 자꾸 눈물이 났습니다. 아직 '변호인'을 보지 않으신 분들, 꼭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 아래에 '들여다보기'에서 읽어드린 '단추' 이야기와 '애너벨 리'의 원문을 옮겨 둡니다.
단추
찬바람 속에서 코트를 여미는데
단추 하나가 길에 떨어져 또르르 굴러 갑니다.
인도는 물론이고 차도까지 눈 크게 뜨고 살펴봐도
단추는 보이지 않습니다.
며칠 전부터 댕글거리던 단추,
막상 당겨보면 제법 단단히 붙어 있기에 아직은 견딜 줄 알았는데...
밀려오는 후회를 안고 가던 길을 재촉합니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데
잘 끼우기는커녕 잃어 버렸으니 어쩐다지?
게다가 새해 초입에!
머릿속이 복잡해지며 걸음이 느려지는데
마음 속 친구가 속삭입니다.
단추 하나 떨어진 것 가지고 웬 요란이야?
잘 여미지도 않는 첫 단추...꼭 필요하면 비슷한 것으로 하나 사 달면 되잖아?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말은 일의 시작이 중요함을 강조하는 말이지
첫 단추 자체가 중요하다는 말은 아니잖아?
오랜 친구 덕에 다시 발걸음이 가벼워집니다.
어쩌면 자꾸 머리가 아픈 건
중요하지 않은 것을 중요하게 여기며 살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마침 시장에 가는 길이니 맞춤한 단추 하나를 사올 수도 있겠지만
사지 않겠습니다. 추운 날 이 코트를 입을 때마다 오늘을 생각하며
저를 들여다보고 싶으니까요.
It was many and many a year ago,
In a kingdom by the sea,
That a maiden there lived whom you may know
By the name of Annabel Lee;
And this maiden she lived with no other thought
Than to love and be loved by me.
I was a child and she was a child,
In this kingdom by the sea;
But we loved with a love that was more than love-
I and my Annabel Lee;
With a love that the winged seraphs of heaven
Coveted her and me.
And this was the reason that, long ago,
In this kingdom by the sea,
A wind blew out of a cloud, chilling
My beautiful Annabel Lee;
So that her highborn kinsman came
And bore her away from me,
To shut her up in a sepulcher
In this kingdom by the sea.
The angels, not half so happy in heaven,
Went envying her and me-
Yes!- that was the reason (as all men know,
In this kingdom by the sea)
That the wind came out of the cloud by night,
Chilling and killing my Annabel Lee.
But our love it was stronger by far than the love
Of those who were older than we-
Of many far wiser than we-
And neither the angels in heaven above,
Nor the demons down under the sea,
Can ever dissever my soul from the soul
Of the beautiful Annabel Lee.
For the moon never beams without bringing me dreams
Of the beautiful Annabel Lee;
And the stars never rise but I feel the bright eyes
Of the beautiful Annabel Lee;
And so, all the night-tide, I lie down by the side
Of my darling- my darling- my life and my bride,
In the sepulcher there by the sea,
In her tomb by the sounding 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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