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tbs '즐거운 산책'에서는 엄지손가락에 대해 생각해 보고 소프라노 송광선 씨가 부르는 가곡 '눈'을 들었습니다. 이 노래는 1981년 제 1회 대학가곡제에서 대상을 받았는데, 당시 서울대 경제학과 3학년이던 김효근 씨가 작사와 작곡을 하고 같은 학교 성악과 1학년이던 조미경 씨가 노래를 불렀다고 합니다.
김효근 씨는 모 대학 경영학과 교수로 활동하지만 여러 곡의 아름다운 가곡을 만들었습니다. 그는 본래 서울대 작곡과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다른 과에 진학했다고 합니다. 그이가 본인이 원했던 대로 작곡과에 갔으면 그이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아래는 '즐거운 산책'의 제 칼럼 '들여다보기'에서 읽어드린 '엄지손가락'입니다.
엄지손가락
가끔 아프던 엄지손가락이 김장을 하고 나니 더 아픕니다.
따뜻한 물에 엄지를 담그고 있으니
엄지손가락이 아파 병원에 다니시던 어머니가 생각납니다.
엄지 중에서도 일을 제일 많이 하는 엄지는 단연 어머니의 엄지이겠지요.
아이를 낳아 기르고, 밥 짓고, 빨래하고, 김장하고...
어머니의 엄지에겐 쉬는 날이 없습니다.
어머니는 집안의 엄지이니까요.
손에는 엄지 말고도 손가락이 네 개나 있지만
어떤 손가락도 엄지처럼 일을 많이 하진 않습니다.
무리의 우두머리나 중요한 사람을 가리킬 때 엄지를 세워 보이는데,
엄지 대접을 받으면 기분 좋지만 엄지가 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여럿이 어둡고 추운 길을 갈 때 맨 앞에 서는 것과 같으니까요.
누구나 엄지가 되고 싶어 하지만
네 손가락을 홀로 도와야하는 엄지는 외롭고 피곤할 겁니다.
어머니의 수고는 모르는 채 차려준 밥을 맛있게 먹고 나가는 아이처럼,
엄지보다 훨씬 조금 일하고도 당당히 손가락 대접을 받는 새끼손가락,
어머니들도 가끔은 그렇게 살고 싶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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