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tbs '즐거운 산책' 시간에는 노인과 노화에 대해 생각해 보고 박인희 씨의 노래 '세월이 가면'을 들었습니다. 나이 들어갈수록 잘 늙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절감합니다. 주변에 노인은 많아도 닮고 싶은 노인이 드문 게 바로 그래서이겠지요? 요절한 시인 박인환이 술집에서 썼다는 '세월이 가면'... 일상적 감정과 표현에 특별한 생명력을 부여하는 게 시인의 역할이며 능력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합니다. 아래에 '즐거운 산책'의 제 칼럼 '들여다보기'에서 들려드린 노년 얘기와 '세월이 가면'의 가사를 옮겨 둡니다.
노인
낙엽 깔린 길을 걷다 보면 노인들이 생각나고
노인들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암병동>이 떠오릅니다.
그 소설에 이런 얘기가 나오거든요.
신이 모든 동물들에게 수명을 50년씩 나눠주고 나니 인간에겐 줄 건 25년뿐이었습니다.
인간이 수명이 너무 짧다고 화를 내자,
신은 ‘그럼 동물들에게 가서 재주껏 얻어 보라’고 했습니다.
인간은 제일 먼저 만난 말에게서 25년, 그 다음에 만난 개에게서 25년,
마지막으로 원숭이에게서 25년을 얻어 총 100년의 수명을 확보했습니다.
그러자 신은 “너는 처음 25년은 인간으로 살고, 다음 25년은 말처럼 일하고,
다음 25년은 개처럼 짖어라. 그리고 남은 25년은 원숭이처럼 웃음거리가 되어라.”라고 했습니다.
‘인간과 말로 사는 50년’을 살고 난 뒤 어떻게 살아야
개처럼 짖지 않고, 원숭이처럼 웃음거리가 되는 일을 피할 수 있을까요?
우선은 목소리를 낮추고, 늙어가는 제 모습과 친해져야 할 것 같습니다.
목소리를 낮추다 보면 자연히 남보다 저를 들여다보게 될 거고,
노화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게 되면 젊어 보이려 애쓰다 웃음거리가 되는 걸
막을 수 있을 테니까요.
젊은이들은 노화는 남의 일이라 생각하지만 누구나 서른이면 늙기 시작합니다.
늙는 것은 나쁜 일도 두려운 일도 아닙니다.
하루 늙으면 하루만큼 지혜로워질 수 있으니까요.
껍질 속 진실을 보게 되는 시절... 노년,
낙엽을 닮아가는 ‘노화’를 축복으로 받아들이는 것... 그렇게 힘든 일일까요?
세월이 가면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혀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혀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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