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tbs '즐거운 산책'에서는 배추에 대해 생각해 보고 서정주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국화 옆에서'를 바리톤 황병덕 선생의 노래로 들었습니다. 아름다운 시에 어울리지 않게 듣기 힘든 곡조... 작곡가가 이 시의 유명세에 눌려 '너무 잘 하려고 하다가' 실패한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을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국화들... 깊어가는 추위 속에 시드는 모습도 기품 있습니다. 아래에 '들여다보기' 코너에서 읽어드린 제 글 '배추'를 옮겨 둡니다. 한 번 읽어 보시고 풍년 든 배추로 인해 마음 고생하는 농민들 생각하시어 한 포기 더 소비하시면 좋겠습니다.
배추
꽃은 아름답다고 하고 채소는 실하다고 하지만
제 눈엔 배추도 꽃만큼 아름답습니다.
하얀 정수리는 눈부시고 오글오글한 초록치마는 오묘한데요,
두툼한 겉장은 믿음직하고 노르스름한 속살은 아기의 볼 같고...
제가 화가라면 제일 먼저 배추를 그릴 겁니다.
때론 배추의 푸른 잎 사이에 무당벌레나 방아깨비의 시신이 보입니다.
죽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다 삶의 현장에서 저 세상으로 간 것이지요.
그야말로 배추 한 포기 속에 우주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아름다운 배추를 10만 톤 넘게 폐기할 거라 합니다.
자연재해가 없었던 덕에 배추 풍년이 들자
정부가 ‘수급 안정’을 위해 폐기하기로 했다는데요,
자연재해가 없어 풍년이 든 거라면
배추를 버리는 대신 자연재해로 고생하는 나라들을 돕는 데 써야 하지 않을까요?
방사능 공포 때문에
자기 땅에서 난 채소를 먹지 못하는 일본인들에게 공급할 수도 있겠지요.
정부보다 지혜로운 국민들이 먼저 문제 해결에 나선 것 같습니다.
포장김치 판매는 현저히 줄고 배추 판매는 크게 늘었다고 하니까요.
김장하던 집들이 김장 량을 늘리고 김장 안 하던 집들이 김장을 하게 되면
골치 아픈 배추 풍년이 맛있는 김치 풍년으로 이어지겠지요?
꽃처럼 예쁜 배추를 사다 김장을 해 보시지요.
묵은 김치와 새 김치가 사이좋은 노인과 젊은이처럼 어울릴 밥상,
생각만 해도 침이 고이지 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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