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비가 옵니다. 거리를 떠돌던 먼지와 배기가스가 비에 젖어 가라앉습니다.
명절 연휴로 들떴던 사람들의 마음도 함께 잔잔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농촌에도 반가운 비일지 모르지만 서울엔 꼭 필요한 비입니다.
바람도 없이 얌전히 내리는 비를 보니 정갈한 한복 차림의 여인이
소리 없이 물을 뿌려 마당의 흙먼지를 재우는 것 같습니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세상의 빛깔이 빠르게 변하겠지요.
초록 일색이던 가로수 잎은 벌써 녹슬기 시작했고
거리엔 살구빛 은행 열매들이 적잖이 떨어져 있었는데
이 모든 색의 변화가 더 한층 빨라질 겁니다.
새삼 '모든 것은 변한다. 모든 것이 변한다는 사실만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다시 한 해가 가고 있습니다.
잎을 떨구고 겨울을 준비하는 나무들처럼, 이 세상도 많은 사람을 떠나 보냈습니다.
그들 또한 변했을 뿐 아주 가지는 아니했겠지요.
어제 이곳저곳에서 격앙된 얼굴을 여럿 보았습니다.
창 밖의 비가 그들의 열기를 씻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평화로워지기를 바랍니다.
아주 잠시라도 세상이 무덤처럼 조용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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