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박창석 선배 별세 (2013년 9월 22일)

divicom 2013. 9. 22. 12:56

박창석 선배, 이게 웬 일입니까?


엊그제 이 블로그에 문상 몇 번 다녀오니 9월이 다 갔다고 썼는데, 

오늘 아침 선배가 돌아가셨다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너무도 놀라 서 있기도 힘들었습니다.


몇 해 전 평생 처음으로 병원 생활을 하시고 마음이 크게 약해지셨었지요.

그동안 아주 건강하게 사셨는데 겨우 한 번 아팠다고 그렇게 약해지시냐고 놀리는 후배들에게

너그럽게 웃으며 밥을 사주시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제가 첫 직장인 신문사에 들어갔을 때 선배는 바위 같았습니다.

사회부 수석으로서 후배들을 이끄는 다부지고도 합리적인 태도가 어찌나 멋진지

장교 출신이라 그러신가 하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언젠가 인사동에서 몇 사람이 만났을 때 교회에 대해 고민하시던 모습도 떠오릅니다.

선배가 적을 둔 교회의 장로들이 물러난 목사의 대우를 놓고 싸움이 붙었다며 씁쓰레하셨지요.

제가 "그러니 그 교회 그만 다니세요"하자 "그랬다가 벌 받으면 어떻게 하냐"며 아이처럼 웃으셨지요.

제가 "하느님은 온 세계를 신경 쓰셔야 하니 선배가 교회 다니고 안 다니고까지 신경 쓰실 여유가 

없을 걸요!"하니, "복잡한 일도 김흥숙씨한테 오면 명쾌하게 정리돼" 하며 파안대소하셨지요. 

그리곤 더 열심히 교회에 나가셨지요.


두어 달에 한 번씩 전화를 걸어 재미있는 얘기를 들려주시던 선배가 어느 날부터 연락을 하지 않으시니,

혹시 또 편찮으신 거 아닌가 마음이 쓰였지만, 신문사에 있는 후배들과는 연락도 하고 만나기도 하신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교회를 더 열심히 나가시게 되면서 제가 전에 드렸던 '명쾌한' 말씀이 오히려 부담이 되어 연락을 안 하시나 생각하며, 그저 잘 지내시기만을 빌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황황히 떠나시다니요!


박 선배,

신문사에서 십이 년 일하는 동안 많은 선배들을 만났지만 존경할 만한 사람은 드물었습니다.

그분들 대부분이 살아계신데 왜 선배가 이렇게 서둘러 떠나시나요!


선배, 존경하는 박창석 선배,

후배들의 통곡이 들리시나요...

할 수만 있다면 다시 선배와 후배로 만나 이승의 인연을 잇고 싶습니다.


박 선배, 

당신의 반려 김경희 선배를 위로하시고...

부디 평안하소서.


김 흥숙 드림 


* 박 선배의 빈소에서 김경희 선배를 뵙고서야 연락을 끊으셨던 게 건강 악화 때문이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박 선배를 다시 뵙지 못하고 떠나시게 한 것, 특별한 용건이 없는 한 전화거는 일이 없는 

  저의 불찰입니다. 박 선배, 김 선배,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