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황교안의 웃음 (2013년 9월 14일)

divicom 2013. 9. 14. 07:51

'웃는 얼굴에 침 뱉으랴' 하는 말이 있지만, 웃는 얼굴이 늘 보기 좋은 건 아닙니다. 가끔은 웃는 얼굴이 거슬릴 때가 있고 때로는 웃는 얼굴이 얄미워 쥐어박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어제 언론에 보도된 황교안 법무부장관의 웃음은 어떤 웃음일까요? 


황 장관은 어제 현직 검찰총장의 감찰을 지시한 최초의 법무부장관이 되었고, 검찰총장은 한 시간여 만에 스스로 사퇴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퇴근길 황 장관은 웃고 있었습니다. 왜 웃는 건지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참 불쾌했습니다. 나라에 부끄러운 기록을 하나 더 얹은 사람이 도대체 왜 웃는 걸까요?


채동욱 총장이 대검찰청을 떠난 후 오후 5시40분께 황 장관은 전국의 검사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검찰총장이 사직 의사를 밝히는 상황에 이르게 된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는 "검찰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부정부패를 척결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부여받고 있는 만큼 어려운 상황이지만 흔들리지 말고 각자의 위치에서 본연의 업무에 최선을 다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했다니, '병 주고 약 준다'는 느낌을 받은 검사가 적지 않을 겁니다. 검찰 내부 통신망(이프로스)에도 울분을 토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고 합니다.


조금 전 동아일보 보도를 보니 황 장관은 지난 주말 채 총장을 만나 ‘사퇴’하라고 하고, 대검 측에도 두 차례나 “채 총장에 대한 감찰을 요청하라”고 지시했으나 대검이 거절했다고 합니다. 이번 주에도 황 장관과 국민수 법무부 차관(50·사법연수원 16기)이 채 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퇴’하라고 설득했으며,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도 채 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공직 기강 감찰을 받으라”고 했다고 합니다.


어제, 검찰총장으로 재직한 기간은 “비록 짧지만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한다는 말을 남긴 후 사퇴한 채 종장, 
그가 그동안 겪었을 마음 고생을 생각하니 참 비감합니다. 이 나라가 다시 '탁류'에 휘말리고 있습니다. 이 탁류가 거슬려 하늘이 어제 그렇게 센 비를 내린 거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