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아베의 망언과 하늘의 심판(2013년 8월 20일)

divicom 2013. 8. 20. 12:44

저는 특정 종교의 신자도 아니고 권선징악의 신봉자도 아니지만 '우주는 균형을 지향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아베 신조 총리로 대표되는 일본 극우세력의 언행을 보면 천연재해의 모습을

한 하늘의 심판 혹은 우주의 균형잡기 노력은 이미 시작되었고 더욱 활발해질 것 같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과학자들의 웃음을 사겠지만, 저는 2011년 3월의 일본 동북지방 지진과 점차 심각성을 

드러내는 방사능 피해, 지난 일요일부터 가고시마현의 사쿠라지마 화산이 분화를 시작해 엄청난 양의 

화산재를 뿜고 있는 것 등을 그런 시각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본 기상청은 사쿠라지마 화산 폭발이

"대규모 분화의 전조는 아니"라고 한다지만 사람이 아는 것은 지극히 미미합니다.


마침 제가 존경하는 황경춘 선생님이 자유칼럼에 아베에 대한 칼럼을 쓰셨기에 옮겨 둡니다. 

아흔을 앞두신 연세에도 이런 칼럼을 써서 후학들을 가르치시는 선생님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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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색을 드러낸 아베 총리

2013.08.20


노골적인 우경화 구호를 내걸고 재집권에 성공한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지난 8ㆍ15 패전기념일을 계기로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하였습니다. 20년 동안 역대 총리가 해온 과거 제국주의 침략에 대한 반성과 사죄 발언을, 아베 총리는 그의 식사(式辭)에서 용감하게 빼버렸습니다. 

1993년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당시 총리가 처음으로 전쟁 책임을 언급하였고, 1995년에는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당시 총리가 “아시아 여러 나라 국민들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주었다.”라는 이른바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하였습니다. 그로부터 역대 총리는 패전기념일 식사에서 매년 비슷한 사과와 반성 발언을 해왔습니다.

아베 총리 자신도 1차내각 때인 2007년 식사에서 “아시아 제국의 국민들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주었다.”며 “깊은 반성과 더불어, 희생자 여러분에게 삼가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던 것입니다.

중의원과 참의원 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어 앞으로 3년 동안 선거 걱정 없는 안정된 정권이 보장된 아베 총리는, 말썽 많은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하지 않았지만 전쟁 희생자 추모식 식사에서는 역사와 ‘겸허하게’ 맞선다는 말만 하고 이웃나라 침략에 대한 사과와 반성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12월 집권 직후 기자회견에서 ‘침략’의 정의에 대한 시비 발언에 이어, 전쟁을 포기한 평화헌법의 개정과 전시 위안부 문제에 대한 도발적 발언으로 국내외로부터 비난과 걱정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아베의 기세는 한때 주춤해진 듯 보였습니다. 유권자의 지지도도 70%대에서 50% 가까이로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7월에 있은 참의원 선거에서 낙승하자, 우경화를 위한 발언이 우선 그의 주변으로부터 나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구 독일 나치 식의 조용한 개헌 방식을 배우자는 아소 다로 부총리 발언에 이어 개헌 논의를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하여 내각법제국장을 아베 총리 개헌안에 찬동하는 외교관으로 경질하는 등 물밑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전쟁 책임과 사과 발언을 쑥 뺀 아베 총리 발언은 당연히 우리나라를 비롯한 관련 국가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습니다. 아베 총리 주변에서는 추도식 인사말은 주로 국내용이고 대외적인 총리 발언은 국회에서 한다고 구차한 변명을 했습니다.

중국 외무부 당국자는 “적어도 역사인식에 있어서, 중국을 포함한 피해국 사람들을 만족시킬 식사는 아니었다.”고 지적하였습니다. 한국의 중요 신문도 사과 언급을 뺀 아베 발언을 일제히 비난했습니다. 

동아일보는 ‘최후의 양심마저 버렸다.’고 비난하고, 야스쿠니 참배를 거듭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마저도 아시아 제국에 사죄 의사를 표시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아베 총리가 ‘본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며 이는 무라야마 담화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일본 정치가들은 한일 관계가 어느 한계를 넘어설 경우 원래 자리로 돌아올 복원력(復元力)을 상실하고 만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은 사설에서 전쟁 사과 발언이 빠진 것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습니다:
<모처럼 야스쿠니 참배를 자제하면서, 오히려 반대되는 메시지를 보내게 된 것이 아닐까. 마음에 걸리는 것은 식사(式辭)에서 빠진 말들이,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아시아 여러 나라 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주었다.”라는 1995년의 무라야마 총리 담화의 표현과 겹친다는 점이다. 총리는 과거에 무라야마 발언의 재검토에 의욕을 보였다. 그런 의도가 이번 식사에 나타난 것이라면, 도저히 용인될 문제가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은 일본의 맹방(盟邦)으로 서로 불가침조약을 맺고 연합국에 항거하였습니다. 그 나치 독일이 연합국에 항복한 뒤에도 일본은 항전을 계속하여, 마침내는 세계 유일한 원자탄 피해국이 되고 항복했습니다.

패전 독일은 유태인 학살 등 전쟁 범죄를 깨끗이 사과 반성하여, 연합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의 칭송을 받았습니다. 이에 반해 일본은 A급 전범 7인이 합사(合祀)되어 있는 야스쿠니신사를 국가 지도자가 참배하고, 이를 비난하는 외국을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합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독일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20일에 뮌헨 근처 유태인 강제수용소를 방문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다카우(Dachau)’ 수용소는 나치가 최초로 만든 유태인 수용소라 합니다. 

중국은 일본 패전일을 맞아 항공모함을 포함한 해군 실탄 사격 기동훈련을 영토문제 분쟁지역인 댜오위다오(釣魚島) 부근 해역에서 시작했습니다. 일본이 ‘센카쿠쇼토(尖閣諸島)라 부르고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섬 부근 해역입니다.

미일안보조약으로 유사시 미국의 개입까지 염려되는 이 영토분쟁에 있어, 아베 내각은 ‘일전불사(一戰不辭)’의 자세를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강경파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 의원은 약 10년간은 중국과 싸워도 일본은 절대 지지 않는다고 장담합니다. 중국의 항공모함은 비행기 이착륙도 불편한 구형이라고 흠잡아 말합니다.

이렇게 동북아시아에 전운마저 감도는 긴장된 분위기 속에, 오바마 대통령처럼 골프에 열중하며 여름휴가를 마친 아베 총리의 우경화를 위한 다음 한 수가 어떻게 나타날지 관심이 쏠립니다. 

필자소개

황경춘

일본 주오(中央)대 법과 중퇴
AP통신 서울지국 특파원, 지국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