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2013년 9월 15일) 추석이 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더위와 비바람을 견뎌낸 과일들이 도시를 아름답게 치장합니다. 귀향을 준비하는 사람들, 부모님의 선물을 고르는 사람들, 제수용품을 사는 사람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이번 추석 목전에서 저 세상으로 간 사람들.. tbs 즐거운 산책 2013.09.16
위로라는 것 (2012년 9월 21일) 추석이 가까워오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갚아야 할 빚이 떠오릅니다. 한용운 시인 식으로 말하자면 ‘빚은 빚만이 빚이 아니라 받은 것은 다 빚’이니 빌려 쓴 돈도 빚이지만 남에게서 받은 호의도 원망도 다 빚입니다. 돈 빚은 돈으로 갚으면 되지만 마음 빚을 갚기는 오히려 힘이 듭니.. 나의 이야기 2012.09.21
무덤에 내리는 비 (2010년 9월 21일) 추석 이브가 펑 젖고 있습니다. 오래된 무덤이야 이런 비쯤 꿈쩍 않겠지만 이제 막 떼를 입힌 무덤들이 걱정입니다. 그러나 젖는 것은 육신뿐. 조상님들, 어서 오셔요. 미래의 시신들에게 무덤에서 피는 꽃 얘기를 들려주세요. 그곳에 갈 때까지 이곳에서 해야 할 일들을 일깨워주셔요. 죽.. 나의 이야기 2010.09.21
추석의 여인들 (2010년 9월 19일) "그리하여 어느 날 백발의 여인네들이 지구를 조용히 장악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글로리아 스타이넘(Gloria Steinem)의 <일상의 반란>에서 인용. 달은 조용히 살찌고 거리는 택배 트럭과 오토바이로 분주합니다. 남자들은 대개 벨트를 풀고 텔레비전 앞에 앉는 명절, 여인들의 머리와 몸은 방앗간.. 오늘의 문장 2010.09.19
제삿날 (2010년 1월 13일) 오늘은 제삿날입니다. 살아있는 사람을 만나러 갈 때도 신경 쓸 것이 적지 않지만 돌아가신 분을 맞으려면 훨씬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영하 십도를 오르내리는 날씨지만 문을 활짝 열어 청소를 하고 여기저기 묵은 때도 벗겨냅니다. 어제 장을 보았지만 오늘 한 번 더 나가야 합니다. 떡을 하지 못했으니 사러 가야 합니다. 나간 김에 두어 가지 더 사와야겠습니다. 여유 있는 살림은 아니지만 저 세상에서 이 세상까지 먼 길 오실 분을 생각하면 한 가지라도 더 장만해 상에 올리고 싶습니다. “제사? 쓸데없는 일이야. 귀신이 있어? 있다 해도, 와서 음식을 먹어? 귀신이 음식을 먹는다면 음식이 그대로 있을 리가 없잖아?” 똑똑한 친구가 힐난조로 하던 말이 떠오릅니다. 맞는 말 같기도 합니다. 제사상에 올려놓은 음식은.. 자유칼럼 2010.01.13
임진강과 용산 (2009년 9월 15일) 올해처럼 사회적 파장이 큰 죽음이 연이은 해도 없을 겁니다. 설날을 엿새 앞두고 서울 용산 재개발지역에서 일어난 화재로 5명의 시민과 1명의 경찰관이 숨진 것을 시작으로, 5월엔 노무현 전 대통령이, 8월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했고, 열흘 전엔 북한이 소리 없이 방류한 물로 6명이 목숨을 잃었.. 한국일보 칼럼 2009.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