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의 마지막 달이 바쁘게 지나갑니다. 수많은 실패를 묻느라 마음이 바쁘지만 지나가는 해의 실패는 새해의 거름이 되겠지요. 몇 달 후면 94세가 되실 어머니는 자꾸 침묵에 빠져드시니, 앞서 가신 아버지와의 해후가 멀지 않은가 봅니다. 뵌 지 한참된 선배님이 소식을 주시고 만난 지 오랜 후배들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옵니다. 수양딸들은 가족들을 돌보느라 바쁘면서도 안부를 묻고, 아들은 악조건과 싸우면서도 늙은 부모를 챙깁니다. 가난은 부끄럽지 않지만 선물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선물하지 못하니 자괴감이 드는데 친구들이 말해 줍니다. '네가 있어 감사해'라고. 올해도 참 많은 사람들이 동행을 그쳤지만 우리는 아직 살아있습니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있나 봅니다. 아직 갚아야 할 사랑이 많은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