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젊어서도 머리가 아주 검지 않았는데 아들의 머리는 푸른 빛이 돌 정도로 검었습니다. 윤기 흐르는 검은 머리칼을 보면서 아름다운 자연에서 받는 감동 같은 감동을 느낀 적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아들의 머리칼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검던 머리가 갈색으로 변하고 윤기가 없이 꺼칠해 보이기 일쑤입니다. 밤 새우기를 밥 먹듯 하는데다 밤낮으로 신경 쓸 일이 많기 때문이겠지요. 아들의 머리칼을 보면서 얼마나 힘들기에 저렇게 셀까 안쓰러워한 적도 있고, 젊어서부터 멜라닌 색소가 부족했던 나 때문인가 미안한 적도 있었지만, 그가 이뤄가는 것들을 생각하면 머리가 세는 게 당연한 것 같기도 합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요. 아들의 머리를 보면 늘 어머니가 생각납니다. 어머니는 제 머리가 희어지는 걸 견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