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면 잠시 눈을 씻고 제가 아는 사람들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기도합니다. 이름들을 떠올리다 보면 돌부리가 발을 붙잡듯 저를 붙잡는 이름이 있습니다. 그럴 땐 한참 그 이름에 머뭅니다. 그리곤 둘째 수양딸이 보내준 공진단 한 알을 먹습니다. 금빛 환약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다 보면 누군가의 약손이 몸과 마음을 두루 어루만져주는 것 같습니다. 둘째 아기 출산을 준비하느라 바쁜 중에 제 건강을 걱정해 보내준 약입니다. 혈색 좋은 얼굴로 아기를 보러 가고 싶습니다. 밥은 무안의 최 선생님이 보내주신 우렁이쌀로 지은 것입니다. 고소한 귀한 쌀밥을 먹다보면 '밥이 보약'이라는 옛말이 참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랜 친구가 가져다준 참기름은 아깝지만 먹어야 합니다. 그래야 친구가 좋아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