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습관 중에 잠만큼 신기한 게 또 있을까요? 늘 눕는 자리에 옆으로 누워 눈을 감은 채 어둠을 응시하면 검은 먹물이나 연기 같은 것이 왼쪽이나 오른쪽으로부터 서서히 퍼지고, 마침내 시야 전체가 검정에 먹히는구나 하는 느낌이 듭니다. 그렇게 죽음 비슷한 삶, 혹은 잠의 세계로 들어서면 전혀 새로운 세계가 펼쳐집니다. 오래 전 죽은 이가 찾아오기도 하고 산과 산 사이를 날기도 합니다. 그러나 꿈의 끝은 언제나 각성. 이불을 걷고 일어납니다. 때로는 낮에 본 풍경들과 얼굴들이 응시를 방해합니다. 잠은 완성할 수 없는 그림으로 남고 새벽이 졸린 눈을 비빕니다. 그럴 땐 일어나야 합니다. 오늘 하지 못한 일을 내일 하듯 오늘 못 잔 잠은 내일 자면 됩니다. 일어나 앉은 사람 옆에 누군가가 누워 있습니다. 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