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울음소리를 들으며 현관문을 여니 커다란 골판지 상자가 와 있습니다. 평생 처음으로 받아보는 '새벽 배송' 선물입니다. 제 힘으론 들일 수 없어 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 상자 얼굴의 글씨를 읽습니다. '부드러운 복숭아'입니다. 상자를 열지 않아도 복숭아 향기가 코끝을 간질이는 것 같습니다. 과대 포장이라면 질색하는 저를 위해 포장이 단순하되 신선한 복숭아를 찾아 보낸 수양딸... 저는 무엇을 했기에 혹은 무엇을 하지 않았기에 이런 홍복을 누리게 된 걸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자리에 머무는 새벽을 뚫고 저희 집 앞을 다녀간 사람... 그이에게도 감사합니다. 그이의 하루가 너무 고단하지 않기를, 그이가 너무 늦지 않은 밤 피곤한 몸을 쉴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그러고보니 땀이 제 온몸을 적셔 잠자리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