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광해, 왕이 된 남자', 그리고 김기덕 (2012년 10월 31일)

divicom 2012. 10. 31. 20:57

어제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제49회 대종상 영화제에 참석했던 김기덕 감독이 중도에 퇴장했다고 말들이 많습니다. 영화제 2부에서 김 감독이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자로 호명됐으나 이미 자리를 뜬 후라 김기덕 필름의 김순모 피디가 대리 수상했다고 합니다.

 

김 피디는 김 감독이 건강상의 문제로 자리를 떴다고 했지만 인터넷에는 대종상 영화제가 광해, 왕이 된 남자에 상을 몰아준데 대한 서운함의 표출이라는 추측이 나돌고 있습니다. 김 감독의 피에타는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제6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지만 대종상 영화제에서는 별로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대종상 영화제에서 광해왕이 된 남자'가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등 총 15개 부문을 석권하자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동아닷컴의 민병선 기자가 9월 28일에 쓴 '광해는 표절왕?'이라는 기사를 보면 왜 그러는지 쉽게 이해가 됩니다. 

http://news.donga.com/3/all/20120928/49737571/1

 

민 기자는 박스오피스 1위인 영화 광해... 할리우드 영화 데이브(Dave)와 흡사하다는 누리꾼과 영화인들의 지적을 기사화했습니다1993년에 우리나라에 소개되었던'데이브'는 저도 본 적이 있습니다. '광해...'에 대한 얘기를 듣고 저도 '어, 그거 데이브하고 너무 똑같네!' 하고 생각했습니다. 

 

누리꾼들은 9월 13일  광해가 개봉한 직후부터 두 작품의 유사점을 지적하기 시작했으며, 영화계 일각에서는 표절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광는 이야기 뼈대부터 데이브와 유사하다고 합니다. ‘광해는 광해군(이병헌)이 상궁과 잠을 잔 뒤 양귀비에 중독돼 깨어나지 못하자 도승지 허균(류승룡)이 혼란을 막기 위해 임금과 똑같이 생긴 대역을 찾는다는 이야기이고, 데이브는 미국 대통령이 혼외정사 중 혼수상태에 빠지자 비서실장이 대통령과 닮은 데이브를 대역으로 내세운다는 설정입니다. 


두 영화는 전개 방식도 캐릭터도 아주 비슷할 뿐만 아니라 세부적인 장면조차 우연이라고 하기 힘들 정도로 유사하다고 합니다. 동아닷컴 기사에는 두 영화를 본 시나리오 작가 겸 감독의 말이 인용되어 있습니다. 그는 “(두 영화가) 우연히 이 정도로 유사하게 만들어졌을 확률은 벼락에 맞을 확률보다 낮다고 말합니다. 한 영화평론가는 시작부터 중반까지 똑같다. 충분히 표절이라고 할 만하다라고 평가합니다. 

 


그러나 ‘광해를 기획 투자 배급한 CJ E&M 측은 동아일보 기자에게 시나리오 개발 단계부터 (‘데이브) 전혀 참고하지 않았고, 전체적으로 보면 설정이 비슷하지만 다른 이야기라고 본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글쎄요, 배경이 다르고 배우가 다르고 사용된 언어가 다르면 '다른 이야기'일까요?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CJ E&M과 같은 거대 기업이 이런 태도를 갖고 있으며, 이 회사가 극장을 많이 

소유한 덕분에 이런 영화가 공전의 힛트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제발 이 영화를 

할리우드나 해외에 수출하여 나라 망신을 시키지나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김기덕 감독이 정말 몸이 좋지 않아 대종상 영화제 중간에 자리를 떴다면 어서 쾌차하시기 바랍니다. 

'광해...' 같은 영화에 상을 몰아주는 풍토가 비위 상해 그 자리를 떴다면 잘하셨다고 치하하고 싶습니다. 

김 감독님, 당신을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