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즐거운 산책

사마천 (2012년 4월 22일)

divicom 2012. 4. 22. 07:54

어제 아침 교통방송 '즐거운 산책' 시간에는 고 박경리 선생의 시 '사마천'을 읽어드렸습니다. 

1988년 대하소설 '토지'를 월간경향에 연재하다가 회사측 사정으로 중단했을 때 선생이 출간하신

시집 <못 떠나는 배>에 실려 있는 시입니다.


아시다시피 사마천(司馬 遷)은 중국 최고의 역사서로 불리는 <사기>를 저술한 사람입니다. 사마천이 36세 때인 기원전 110년, 그의 아버지 사마담이 화병으로 사망하며 아들 사마천에게 자신이 편찬하던 역사서의 편찬을 완료해 줄 것을 부탁했다고 합니다. 


기원전 99년, 무제의 명을 받아 흉노를 정벌하러 떠났던 장군 이릉이 패전하여 포로가 되자 진노한 무제가 중신 회의를 열어 이릉 가족을 어떻게 처리할지 논의했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이릉을 비난하며 그의 가족들을 능지 처참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사마천은 이릉의 충절을 찬양하여 무제의 노여움을 샀고, 결국 태사령이라는 직책에서 파면당하고 사형을 받게 되었는데, 당시 사형을 면하려면 엄청난 액수의 벌금을 내거나 궁형(생식기 거세)을 받거나 해야 했습니다. 


당시에는 궁형을 받느니, 죽음을 택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사마천은 <사기>의 완성을 위해 궁형을 받아들였으며, 그로 인해 그의 초상화에는 수염이 없다고 합니다. 사마천을 떠올리면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참으로 강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성장하고 6.25전쟁으로 남편과 사별하고 아들마저 일찍 여읜 박경리 선생은 25년 동안 3만 장의 원고지를 채운 <토지>라는 대작을 쓰면서 사마천을 생각하며 버티고 위로받으셨던 것 같습니다. 박경리 선생을 소설가로만 아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분의 시도 참 좋습니다. 시 '사마천' 한 번 읽어보시지요. 선생은 시에 한자를 많이 쓰셨는데 혹시 모르시는 분이 있을까 봐 우리말 발음을 병기합니다.



司馬遷(사마천)


그대는 사랑의 記憶(기억)도 없을 것이다

긴 낮 긴 밤을

멀미같이 時間(시간)을 앓았을 것이다

天刑(천형) 때문에 홀로 앉아

글을 썼던 사람

肉體(육체)를 去勢(거세) 당하고

人生(인생)을 去勢(거세) 당하고

엉덩이 하나 놓을 자리 의지하며

그대는 眞實(진실)을 紀錄(기록)하려 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