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엄이도종 (2011년 12월 18일)

divicom 2011. 12. 18. 08:56

2011년을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는 뜻의 `엄이도종'(掩耳盜鐘)이 선정됐다고 합니다.

지난 7일부터 16일까지 교수신문이 전국 각 대학 교수 304명을 대상으로 올해의 사자성어를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의 36.8퍼센트가 `엄이도종 (掩耳盜鐘: 가릴 엄, 귀 이, 훔칠 도, 쇠북 종)'을 꼽았다고 하는데, 이 말은 제 허물은 생각하지 않고 남의 비난이나 비판을 듣기 싫어 귀를 막는 어리석음을 뜻합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말은 중국 전국시대 말기 진나라의 승상 여불위가 문객들을 동원해 만든 우화집 `여씨춘추'에서 유래했으며 통감기사본말, 문헌통고 등 많은 문헌에 사용됐다고 합니다. 춘추시대 범씨가 다스리던 나라가 망할 위기에 처하자 백성 하나가 혼란을 틈타 범씨 집안의 종을 훔치려 했다고 합니다. 도둑은 종이 너무 크니 쪼개려고 망치로 종을 두드리며 종소리가 크게 울려 사람들이 올까 두려워 자신의 귀를 막았다고 합니다.

교수신문은 '엄이도종'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된 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통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해킹, 대통령 측근 비리 등 각종 사건과 굵직한 정책의 처리 과정에서 나타난 `소통 부족과 독단적인 정책 강행'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올해의 사자성어는 국문학ㆍ한문학ㆍ철학ㆍ역사학ㆍ사회학ㆍ경제학ㆍ공학 등 각 분야 교수 23명에게서 사자성어 30개를 추천받은 뒤 교수신문 논설ㆍ편집기획위원, 칼럼ㆍ비평 필진 32명이 5개의 성어를 추려내 설문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합니다.

'엄이도종'에 이어 `이리에게 양을 기르게 한다'는 뜻으로 탐욕스러운 관리가 백성을 착취하는 일을 비유하는 `여랑목양(如狼牧羊)'이 응답자 25.7퍼센트의 지지로 2위를 차지했고, `갈림길이 많아 잃어버린 양을 찾지 못한다'는 뜻의 `다기망양(多岐亡羊)'이 21.1퍼센트로 3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지난해에는 진실을 숨겨두려 했지만 그 실마리는 이미 만천하에 드러나 있다는 뜻의 `장두노미'(藏頭露尾)가 선정되었고, 2009년에는 일을 바르게 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서 억지로 한다는 의미의 `방기곡경'(旁岐曲逕)이 뽑힌 바 있습니다.

 

언제쯤이면 이런 부정적 의미의 사자성어 말고 '대동단결(大同團結: 여러 집단이나 사람이 한 가지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한덩어리로 뭉침.)이나 '금상첨화(錦上添花: 좋은 것에 더 좋은 것을 더하여 가장 뛰어난 것을 만듦.) 같은 단어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