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7개 의대 합격생과 어머니 살해 아들 (2011년 12월 14일)

divicom 2011. 12. 14. 17:08

오늘 인터넷 톱뉴스의 주인공은 7개 의과대학에 합격한 고3학생입니다. 전북 정읍 호남고 3학년 최주호(18)군은 일주일 사이에 7개 대학과 카이스트로부터 합격 통보를 받았다고 합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울산의대, 전남대, 순천향대, 경희한의대, 카이스트 바이오·뇌공학과.

 

최 군은 서울대 의대에 진학하기로 했는데, 훗날 지적장애인 등 어려운 사람을 돌보면서 새로운 의학 분야를 개척하는 의학자가 되려 한다고 합니다. 그는 고교 3년 동안 전교 수석을 놓치지 않았으며 한 번도 결석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최 군 기사를 읽다 보니 ‘왜’ 이렇게 많은 대학에 지원했을까 궁금증이 일어납니다. 최 군이 합격한 7개 의대와 카이스트 외에 다른 학교에도 지원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8개 학교에 지원한 것만 해도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요?

 

한편으론 최 군처럼 즐거운 이유 아닌 이유로 톱뉴스의 주인공이 되었던 다른 고3학생이 떠오릅니다. 어머니를 살해하고 8개월 간 함께 살았던 아들입니다. (11월 24일 ‘동행’난에 쓴 ‘어머니를 죽인 아들’ 참고.) 포털 사이트 ‘다음’에 실린 시사인 라이브에는 ’어머니를 죽인 아들‘에 대한 긴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아무도 소년의 손을 잡지 않았다’는 제목 아래 왜 아들은 어머니를 죽일 수밖에 없었는지, 왜 어머니는 그렇게 심하게 아들에게 집착하고 폭행했는지를 보여줍니다.

(http://media.daum.net/society/view.html?cateid=1067&newsid=20111214094729087&p=sisain)

 

아들이 그렇게 심하게 맞기 시작한 건 5년 전쯤 어머니와 아버지가 별거하면서부터였고,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정식으로 이혼을 요구한 올해 초부터는 체벌의 강도가 한층 강해졌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아들이 태어난 지 1년 만에 가출해 6개월을 떨어져 살았고, 그 뒤로도 이따금씩 집을 나갔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일찍이 모친을 여의고 열다섯 살 때부터 세 동생을 돌봤지만 그녀의 부친은 두 남동생만 아꼈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혼자 힘으로 서울의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일본 유학도 다녀왔으며 아들을 낳은 후엔 친정과 인연을 끊었다고 합니다. 아들의 아버지도 친인척과 왕래를 하지 않아 세 사람은 철저한 외톨이였다고 합니다.

 

그랬기 때문에 어머니가 살해된 3월20일부터 아버지가 실종 신고를 한 11월18일까지 그녀의 자취를 궁금해 하거나 수상히 여긴 사람이 없었으며, 아들이 "엄마는 가출했다”고 거짓말을 해도 믿었다고 합니다.

살인 사건 전날인 3월19일에도 어머니는 아들이 고3인데도 너무 나태하고 의지가 약하다며 매질했다고 합니다.

 

아들은 '맞을 때 입는 솜바지'로 갈아입고 거실에 꿇어앉았으며 매질은 밤 10시부터 이튿날 오전 8시까지 이어졌다고 합니다. 어머니가 골프채를 두 손으로 쥐고 아들의 엉덩이를 120여 회 때리다 보니 솜바지의 왼쪽 엉덩이 부위가 찢겨 살점이 떨어져나가 골프채에 피가 묻었다고 합니다. 매질 후 어머니가 잠들자 아들은 오전 11시, 부엌에 있던 칼을 들고 안방에 들어가 잠들어 있던 어머니의 얼굴과 목을 찔렀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늘 좋은 성적을 원했고 아들도 초등학교 6학년 때 토익 900점을 넘겼다고 합니다. 중학교에 가서도 반에서 1∼2등을 했지만 중3이 되면서 점수가 많이 떨어지자 두려워 성적표를 조작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어머니가 그걸 알아채어 "죽도록 맞았다"고 합니다.

 

고등학교 진학 후 첫 시험에선 전국 4000등이었지만 다음 시험에서는 2만 등이 되어 성적표를 계속 위조했다고 합니다. 2500등, 1500등, 700등, 500등, 250등, 67등, 62등. 점차 나아지는 성적표를 본 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이 전국 1등도 할 수 있다고 했고 아들은 더욱 두려웠다고 합니다. 어머니를 살해한 3월20일은 학교 학부모 총회를 이틀 앞둔 날이었다고 합니다. 어머니가 담임선생님과 면담하면서 자신의 실제 성적을 알게 될 것이 두려워 살인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정도는 다르지만 이 어머니와 비슷하게 자녀에게 집착하고 기대하는 어머니가 많습니다. 유치원도 가기 전부터 수학을 가르치고 영어를 가르칩니다. 수학 못하는 어린이의 좌뇌에 전기 자극을 주어 수학을 잘하게 하는 어머니들이 있는가 하면, 자녀가 영어 발음을 잘하게 하기 위해 혀를 길게 하는 수술을 받게 하는 어머니들도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지금 우리나라는 ‘범죄와 정신병 권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어머니들, 제발 자녀에게 쓸 에너지의 십분의 일이라도 자신을 개선하는데 쓰십시오. 당신의 과거가 불행했다면 우선 그 과거를 해결하십시오. 부모 노릇 잘못하는 부모를 만나 고생했다면 당신의 자녀에겐 그런 부모가 되지 마십시오. 미워하며 닮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습니다. 

 

최주호 군, 군의 놀라운 성취를 축하해야 하는데 이런 암울한 얘기를 하여 미안합니다. 그러나 세상엔 주호 군처럼 행복한 사람보다 불행한 사람이 많으니 이해해주기 바랍니다. 주호 군이 말한 대로 장래에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의학자가 되어 세상의 불행을 줄여주기를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