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박병선 선생님 타계 (2011년 11월 23일)

divicom 2011. 11. 23. 08:57

우리 시각 오늘 오전 6시쯤, 프랑스 파리 시각으로는 어젯밤 10시쯤, 박병선 선생님이 돌아가셨습니다.

40여 년 동안 프랑스에게 강탈 당한 외규장각 도서를 돌려받기 위해 헌신하시어 외규장각 의궤 등을 145년 만에 돌려받게 하신 분입니다. 우리나라 정부는 물론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해내신 선생님... 선생님의 83년 생애에 경의를 표합니다. 이 나라를 위해 평생 헌신하셨으나 마지막 시간들은 파리의 병원에서 홀로 보내다 돌아가셨으니, 그 또한 민망하고 가슴 아픕니다.

 

선생님, 감사하고도 송구스럽습니다. 한국 정부와 국민이 선생님을 가질 수 있었던 건 분에 넘치는 복이었습니다.

 

서울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파리7대학에서 역사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신 선생님은 지난 1972년 프랑스국립도서관 사서로 근무하시면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인 직지심체요절을 발견했고 이후 외규장각 의궤도 처음 찾아내시어, 그때부터 내내 그것들을 돌려받기 위해 애쓰셨습니다. 그 공로로 2007년에는 국민훈장 동백장을, 지난 9월에는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으셨습니다.

 

어제 서울 여의도에서는 한나라당이 야당 몰래 한미FTA협정을 비준하는 구습을 되풀이했습니다. 헌신하는, 맑은 영혼들은 숨어 있고 악습을 재현하는 패거리들이 매스컴을 장악하니, 과연 살 만한 세상인가 의문이 듭니다. 그러나 결국 나라와 세상을 지키는 것은 숨어서 일하는 개인들입니다.

 

지금 이 나라 안팎에서는 무수한 박병선들이 소리 없이 역사적 책무를 하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들도 선생님처럼 언젠가는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여의도 사태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희망이 있는 이유입니다.

 

선생님, 선생님과의 동행은 끝났으나 저희는 아직 선생님을 보내지 못합니다. 저희를 용서하고 동정하소서. 부디 평안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