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그 남자가 아내에게 (2011년 7월 10일)

divicom 2011. 7. 10. 09:19

발바닥이 아플 때는 앉거나 누워야 합니다. 아주 심하게 아플 때는 누워서 발을 가능한 한 높이 두어야 합니다. 발바닥이 아픈 건 늘어난 몸무게 때문일 겁니다. 40여 킬로그램의 몸을 운반하는 것도 힘들 텐데 50여 킬로그램이나 되니 제 발이 제 몸을 감당하는 게 쉽지 않을 겁니다. 

 

어제도 발바닥이 심하게 아팠습니다. 시간이 아까워 버티고 버티었지만 결국은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을 켰습니다. 토요일이지만 볼 것이 없었습니다.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 어떤 영화를 만났습니다. 시작된 지 한참 된 듯했지만 볼 만 할 것 같았습니다.

 

그 영화의 제목은 '그 남자가 아내에게'였습니다. 결혼 10년차인 부부, 그들이 살아가는 얘기, 그들의 사랑 얘기, 죽음 얘기... 혹시 그 영화를 보실까봐 내용은 얘기하지 않겠습니다만 영화를 보는 동안 발바닥의 고통도 잊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왜 우리는 '사랑할 수 있을 때 하지 못하고 사랑할 수 없을 때 사랑하는 걸까?' 해묵은 의문이 떠올랐습니다. 

 

사랑하는 것, 그것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그의 말을 듣고 그와 함께 웃고 그가 보고 싶어하는 것을 함께 보고 그가 아플 때 안쓰러워 하는 것. 아니 어쩌면 그에게 화내지 않고 그가 부를 때 대답하는 것만으로 충분할지 모릅니다. 아내를 만난 지 오래되었지만 아직도 사랑하는 법을 모르겠다는 분들, 이 영화를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 사랑이 일상 속에 있음을, 조금도 어렵지 않음을 알게 되실 테니까요.  

 

영화를 보고 일어나 앉으니 발이 그새 좀 나은 듯합니다. 어쩜 발이 나아진 건 사랑 때문일 겁니다. 제가 제 발을 사랑하는 걸 제 발이 눈치챈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