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초록마을 점장님 (2011년 7월 14일)

divicom 2011. 7. 14. 11:47

유기농 제품이 좋다는 걸 알아도 값이 일반 상품보다 높으니 늘 사먹진 못합니다. 우리밀 종류, 껍질째 먹는 사과, 어쩌다 가족들을 위해 준비하는 고기와 곰탕 따위를 초록마을 홍제점에서 주문해 먹습니다. 거리는 그다지 멀지 않아도 교통신호 체계 때문에 빙 둘러서 와야 하지만 약속한 시각에 배달해주니 늘 감사합니다. 유기농 제품을 취급하는 곳이 많은데 초록마을의 단골이 된 건 다분히 홍제점 점장님 때문입니다.

 

언젠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오늘처럼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이었습니다. 초록마을에 몇 가지를 주문한 후 외출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나가서 만날 사람에게 갖다줄 물건을 초록마을에 주문했던 것 같습니다. 물건이 올 때가 되었는데 오지 않기에 전화를 거니 점장님이 배달차량이 갑자기 고장나 늦어지는 거라며 잠깐만 기다려달라고 했습니다.

 

조금 있으니 점장님이 전화를 걸어 저희 집 주소를 확인했습니다. 기분이 이상해 창밖을 내다보니 점장님이 제가 주문한 물건을 갖고 택시에서 내렸습니다. 점장님은 택시 기사가 저희 집을 잘못 찾아 늦어졌다며 미안해 하시는데 저는 저대로 너무나 미안해 할 말이 없었습니다. 제가 산 물건의 판매 이익보다 택시 요금이 더 나왔을 테니 말입니다.

 

저는 그 후 점장님의 팬이 되었습니다. 그런 분의 팬이 되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그렇게 책임감이 강한 분이라 그런지 점장 노릇도 잘한다는게 배달사원들의 얘기였습니다. 그 전에는 점장이 자주 바뀌었는데 이 분이 맡은 후로는 바뀐 적이 없습니다. 제 책 <우먼에서 휴먼으로>가 나왔을 때 짧은 감사 메모를 붙여 한 권 보냈더니 엊그제는 어여쁜 자두 한 팩을 답례로 보내셨습니다. 그렇게 예쁘고 맛있는 자두는 참 오랜만이었습니다.

 

절망적인 일이 끝없이 일어나는 세상이지만 희망을 주는 사람들 또한 도처에 있습니다. 눈만 크게 뜨면 그들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저도 꼭 점장님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