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본디 시끄러운 계절이지만 올 봄은 특히 더 소란합니다. 검게 죽어 있던 땅을 부수어 무엇을 짓는 인부들의 소음은 그러려니 하지만, 흑백논리와 희생자 만들기로 시끄러운 매스 미디어의 소음엔 귀를 닫고 싶습니다. 귀를 닫는 가장 쉬운 방법은 책 읽기입니다.
오랜만에 신동엽의 시집을 펼칩니다. 마침 '먼 곳에서부터'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 시에서 그가 말하는 '조용한 봄'은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Erich Maria Remarque)의 소설 <서부전선 이상 없다>의 '이상 없다'처럼 반어적인 것이겠지요. 아래는 '먼 곳에서부터'의 전문입니다. 시에 나오는 말없음표는 시인이 쓴 대로입니다. 신동엽 시선 <거대한 뿌리>에서 옮겨왔습니다.
먼 곳에서부터
먼 곳에서부터
먼 곳으로
다시 몸이 아프다
조용한 봄에서부터
조용한 봄으로
다시 내 몸이 아프다
여자에게서부터
여자에게로
능금꽃으로부터
능금꽃으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몸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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