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우상 타파 (2010년 12월 15일)

divicom 2010. 12. 15. 08:53

"... 나는 최바울(인터콥선교회 대표)씨의 트위터 글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땅밟기 기도 사건이 보도된 직후, 개신교의 열혈청년들에게 대단히 인기가 있는 그는 이렇게 말했다. '불교는 우상숭배이다. … 당연히 … 국민들이 우상에서 벗어나도록 … 불교 절간에서뿐만 아니라 그분들의 집에까지 방문하여 … 기도해야 한다.'

 

그는 한 단기선교팀의 피랍사건 직후에 아프간 거리 한복판을 십자가를 앞에 들고 찬송가를 부르며 행진하겠다는 이른바 ‘평화행진’을 기획했던 이다. 또 얼마 후 한국에 들어온 이슬람 좌파가 한국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으며, 전교조도 이슬람에 물들었다는, 근거 없는 말을 하였던 장본인이다.

 

그는 진리를 알고자 열성을 다하는 수많은 개신교 열혈청년들의 롤모델이다. 한데 그에게서 땅밟기 기도는 그리스도인이 마땅히 해야 할 당연한 행동이다. 나아가 아프간에서 찬송가를 부르며 행진해서 생길 수 있는 피해는 선교를 위한 불가피한 희생일 뿐이다. 또한 그는 다른 종교는 우상숭배고, 자기가 공감하지 못하는 다른 시민사회단체는 우상에 물든 자들이라고 서슴지 않고 단언한다. 필경 이런 선배를 둔 후배들의 신앙 행위가 땅밟기 기도인 셈이겠다.

 

이런 일들로,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두 종단 신자들의 감정이 격화하고 있다. 또 딱히 종교에 귀의하지 않은 많은 이들도 불편한 감정으로 개신교를 바라본다. 이에 대한 우려의 말들이 도처에서 제기되고 있다. 분명 한국 사회에서 개신교는 이상한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최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대표회장에 입후보한 한 후보가 공약을 발표하였는데, 그중 하나가 국민의식 개혁운동에 힘쓰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그가 명시한 내용은 미신 타파, 우상 타파, 퇴폐풍조 퇴치, 사회 정화 등이다. 하나하나 물어야겠지만, 우상 타파 발언만으로도 문제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다.

 

36개 교단과 6개 단체가 가입한, 한국 개신교 최대 연합단체의 장이 되겠다는 이가 개신교가 도발하여 종교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시점에 공약의 하나로 내건 것이 우상 타파다. 더구나 이것은 ‘국가 존망 위기 타개책’의 한 항목이다. 다른 종교가 이웃으로 함께 있다는 것이 그에게는 국가 존망의 위기로 보였다는 것인가. 그는 이 말로 누구에게 호소하고 있는가. 한기총은 이런 공약을 공유할 수 있는 단체인가.

개신교 교회를 담임했던 한 사람이자 개신교 신학 연구자로서 부끄럽다..."

          ---12월 14일자 한겨레신문에 실린 제3시대그리스도교 연구소 김진호 연구실장의 글에서 인용.

 

 

19세기 말이나 20세기 초쯤이면 몰라도 21세기에 들어선 지 10년이 넘어가는 오늘 '우상 타파'를 강조하는 신자들이 있다니 신기하고도 한심한 일입니다. 나라의 상황이 제 정신을 갖고 살기 힘들게 하긴 하지만 이럴수록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정신을 차릴 수 있느냐고요? 남들의 말에 흔들리지 말고 방에 들어앉아 자신을 들여다보아야지요. 생각을 멈춘 채 눈을 감고 앉아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거나 위인전, 고전을 읽으며 거기에 나오는 인물들의 삶에 자신의 삶을 비춰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