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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일기 267: 메모의 이유 (2025년 10월 10일)

divicom 2025. 10. 10. 11:01

머리와 몸 속에 구름이 떠다니고 파도가 밀려왔다

갔다 합니다. 남의 손 같은 제 손이 책상 위에 쌓인

종이쪽 하나를 집어듭니다. 지난 4월 7일 월요일의

메모입니다.

 

"잘 작동하지 않는 몸이 조팝나무 흰 꽃이 보이는

창을 바라본다. 단어들이 흩어진 꽃처럼 널려

있지만, 그 단어들은 문장을 만들지 못한다. 

피로는 그림자일 뿐 친구는 아니다. 친구라면  가끔

떠나줄 테니까.

 

길에는 무수한 햇빛 알갱이가 쏟아져 있지만

내 몸의 바람 구멍들에 맞는 알갱이는 하나도 없다.

당연히 길은 여전히 밝고 구멍들 속엔 어둠뿐이다." 

 

오늘은 비가 오지만 그날은 햇살이 가득했을 뿐,

그날도 오늘처럼 머리 속에 구름과 파도가 일렁였나

봅니다.

 

그 출렁 머리를 들고 메모하길 참 잘했습니다. 

메모는 언제나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힘을 주니까요.

메모할 땐 그 상태였지만 결국 그 상태를 벗어났듯,

오늘의 상태 또한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 이제 잠시

머리를 눕혀야겠습니다. 그림자가 떠나갈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