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와 몸 속에 구름이 떠다니고 파도가 밀려왔다
갔다 합니다. 남의 손 같은 제 손이 책상 위에 쌓인
종이쪽 하나를 집어듭니다. 지난 4월 7일 월요일의
메모입니다.
"잘 작동하지 않는 몸이 조팝나무 흰 꽃이 보이는
창을 바라본다. 단어들이 흩어진 꽃처럼 널려
있지만, 그 단어들은 문장을 만들지 못한다.
피로는 그림자일 뿐 친구는 아니다. 친구라면 가끔
떠나줄 테니까.
길에는 무수한 햇빛 알갱이가 쏟아져 있지만
내 몸의 바람 구멍들에 맞는 알갱이는 하나도 없다.
당연히 길은 여전히 밝고 구멍들 속엔 어둠뿐이다."
오늘은 비가 오지만 그날은 햇살이 가득했을 뿐,
그날도 오늘처럼 머리 속에 구름과 파도가 일렁였나
봅니다.
그 출렁 머리를 들고 메모하길 참 잘했습니다.
메모는 언제나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힘을 주니까요.
메모할 땐 그 상태였지만 결국 그 상태를 벗어났듯,
오늘의 상태 또한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 이제 잠시
머리를 눕혀야겠습니다. 그림자가 떠나갈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