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하늘 아래를 걷다가 7월에게 묻습니다.
이글이글 살을 태우는 태양은 어디로 갔지?
7월이 대답합니다. 태양은 저기 구름 뒤에서
졸고 있어!
가게들이 사라집니다. 제가 이 동네로 오기
전부터 있던 가게들, 두어 해 전 새로 문을
열고 '부자 되세요!'가 적힌 리본 두른 화분들을
문 앞에 세워 두었던 가게들...
가게들도 사람처럼 나이에 상관 없이 '폐업'하고,
가게와 사람이 사라진 시공간에 새로운 가게와
사람이 나타납니다. 나타남과 사라짐이 순환을
이루는 것, 그것이 자연이지요.
미국의 시인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
1830-1886)의 '7월아 대답해'를 보니 디킨슨도
그 순환과 자연, 그리고 그 자연스러운 순환 속
'지금, 여기'의 중요성을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 아래 시의 마지막 문장에 나오는 'Year'를
'일 년' 대신 '시간'으로 번역해도 되겠지요.
그 문장의 'Here'는 '지금, 여기'를 강조하는 것일 겁니다.
디킨슨은 시의 리듬과 분위기를 위해 대시( — )를
많이 썼습니다. 그녀는 많은 시를 남겼으나 시에
제목을 달지 않아, 후세 사람들이 첫 문장을 제목으로
쓰거나 시에 번호를 붙여 구분했습니다.
7월아 대답해
386
7월아 대답해 —
벌은 어디로 갔지 —
홍조는 어디로 갔지 —
건초는 어디로 갔지 —
아, 7월이 답했어 —
씨앗은 어디 있지 —
꽃봉오린 어디 있지 —
5월은 어디 있지 —
그대 답하라 — 내게 —
아니야 — 5월이 답했어 —
눈을 보여줘 —
종들을 보여줘 —
어치를 보여줘!
어치가 투덜댔어 —
옥수수는 어디 있을까 —
연무는 어디 있을까 —
꺼끌 씨앗은 어디 있을까?
여기에 — 일 년이 말했어 —
Answer July
386
Answer July —
Where is the Bee —
Where is the Blush —
Where is the Hay?
Ah, said July —
Where is the Seed —
Where is the Bud —
Where is the May —
Answer Thee — Me —
Nay — said the May —
Show me the Snow —
Show me the Bells —
Show me the Jay!
Quibbled the Jay —
Where be the Maize —
Where be the Haze —
Where be the Bur?
Here — said the Year —
Answer July —
Where is the Bee —
Where is the Blush —
Where is the Hay?
Ah, said July —
Where is the Seed —
Where is the Bud —
Where is the May —
Answer Thee — Me —
Nay — said the May —
Show me the Snow —
Show me the Bells —
Show me the Jay!
Quibbled the Jay —
Where be the Maize —
Where be the Haze —
Where be the Bur?
Here — said the Yea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