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내 사랑은 하얀 재스민 (2025년 5월 11일)

divicom 2025. 5. 11. 11:18

화분에선 보라빛 재스민 꽃이 하얗게 바래 시들고

뒷산엔 아카시아가 피었습니다. 옥상의 뽕나무엔

작은 새의 부리 같은 초록잎이 돋고, 울 안의 장미와

울 밖의 장미들 모두 꽃을 피우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기후 변화가 재앙이라 해도 욕심 많은 사람들이 일으키는

풍파만 할까요? 기후 위기 속에서도 꽃들은 제 할 일을 

하지만, 사람들은 '기후 위기'라는 제목만 붙여두고 앞서

사람들이 하던 어리석은 게임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능력은 미천하나 양심적인 삶을 지향하는 소시민의 

위로는 사람보다는 꽃에서 옵니다.  

 

가수로서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밥 딜런 (Bob Dylan)이

자신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고 밝힌 시, 스코틀랜드 국민 시인

로버트 번즈 ( Robert Burns: 1759-1796) 의 '붉고 붉은 장미'

같은 시를 읽는 거지요. 

 

이별 노래 '올드 랭 사인 (Auld Lang Syne)'으로도 유명한 

번즈는 이 시에서 '사랑은 붉은 장미' 같다고 했지만, 제 사랑은

보라로 시작해 하얗게 바랜 재스민입니다. 아, 꽃은 붉어도

하얘도 아름답고, 막 피어서도 바래어 질 때에도 아름답습니다.

 

*영어 원문을 읽다 보면 luve, weel, bonie, gang처럼

생소한 단어들이 나옵니다. 각기 love, well, bonnie, going을

뜻하는 스코틀랜드식 표현입니다. 맨 아래 장미 그림은

일러스트포잇 김수자 씨의 작품입니다. 

 

 

붉고 붉은 장미 한 송이

 

오 내 사랑은 붉고 붉은 장미 같아요,

유월에 새로 피어나는 장미;

오 내 사람은 멜로디에요

감미롭게 연주되는 곡조.

 

어여쁜 그대, 귀여운 나의 아가씨,

나는 깊은 사랑에 빠졌어요;

그러니 내 사랑, 나는 변함없이 그댈

사랑할 거예요, 모든 바다가 마를 때까지.

 

모든 바다가 마를 때까지, 내 사랑이여,

모든 바위가 태양에 녹아 버릴 때까지:

나는 변함없이 당신을 사랑할 거예요,

내 사랑, 인생의 모래가 바닥날 때까지.

 

그러니 잘 지내요, 하나뿐인 내 사랑!

잠시 잘 지내고 있어요!

난 다시 돌아갈 거예요, 내 사랑,

만 마일이나 떨어져 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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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ed, Red Rose

 

O my Luve’s like a red, red rose,

That’s newly sprung in June;

O my Luve’s like the melodie

That’s sweetly play’d in tune.

 

As fair are thou, my bonie lass,

So deep in luve am I;

And I will luve thee still, my Dear,

Till a’ the seas gang dry.

 

Till a’ the seas gang dry, my Dear,

And the rocks melt wi’ the sun:

I will luve thee still, my dear,

While the sands o’ life shall run.

 

And fare thee weel, my only Luve!

And fare thee weel, a while!

And I will come again, my Luve,

Tho’ it were ten thousand 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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