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어린 왕자>를 읽는 시간 2 (2022년 4월 13일)

divicom 2022. 4. 13. 11:54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마트가 문을 열었습니다.

대학 캠퍼스에 지은 상가 건물 1층 거의 전부를 차지한 것입니다.

 

대학들이 캠퍼스 안에 상가를 만들어 수익사업을 하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식당이나 카페, 영화관 같은 게 

아니고 이마트라는 게 좀 어색합니다. 어쩌면 이마트의 캠퍼스 입점이

어색한 게 아니고 그것을 어색하게 느끼는 제가 풍조에 뒤진 거겠지요.

 

이마트와 동네 수퍼들의 차이는 무엇보다 '관계'일 겁니다.

이마트를 자주 간다 해도 '단골'을 알아보는 직원은 드뭅니다.

이번에 새로 생긴 이마트에선 계산원 자체를 보기 힘듭니다.

마트 한 쪽에 계산원을 대신해 계산해 주는 기계들이 죽 놓여 있습니다.

 

소위 '4차 산업혁명기'에는 가상의 관계가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관계를

대체합니다. 어떤 사람과 내가 만나 서로를 '길들이는 (tame)' 시간이 사라지며

'진짜' 관계 또한 사라집니다. 사람들은 각기 하나의 섬이 되어 살거나 죽습니다.

 

<어린 왕자> 21장에서 '여우'가 바로 그 '관계'에 대해 얘기합니다.

말없음표는 문단의 생략을 뜻합니다.

 

 

XXI

 

...

 "What are you?" asked the little prince, and added, "You are very pretty to look at."

 "I am a fox," the fox said.

 "Come and play with me," proposed the little prince. "I am so unhappy."

 "I cannot play with you," the fox said. "I am not tamed."

 "Ah! Please excuse me," said the little prince.

 But, after some thought, he added:

 "What does that mean--'tame'?"

...

 "It is an act too often neglected," said the fox. "It means to establish ties."

 "'To establish ties'?"

 "Just that," said the fox. "To me, you are still nothing more than a little boy who is just like a hundred thousand other little boys. And I have no need of you. And you, on your part, have no need of me. To you, I am nothing more than a fox like a hundred thousand other foxes. But if you tame me, then we shall need each other. To me, you will be unique in all the world. To you I shall be unique in all the world

. . ."

 

"누구세요?" 어린 왕자가 물었습니다. "참 아름다우시네요."

"나는 여우야," 여우가 답했습니다.

"여기 와서 나랑 놀아요," 어린 왕자가 청했습니다. "난 너무 불행해요."

"난 너랑 놀 수 없어. 길들여지지 않았으니까," 여우가 말했습니다. 

"아! 미안해요," 어린 왕자는 잠시 생각한 후 물었습니다.

"근데, '길들여진다'는 게 무슨 뜻이에요?"

...

"그건 아주 자주 잊히는 일인데, 관계 맺는 걸 뜻해."

"관계를 맺어요?"

"응. 너는 내게 수많은 어린 소년들 중 하나일 뿐이고 난 네가 필요치 않아. 너도 내가 필요치 않지. 네게 나는 수많은 여우들 중 하나일 뿐이니까. 그렇지만 네가 나를 길들이면, 그러면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게 돼. 너는 내게 온 세상에 하나뿐인 존재가 되고, 나도 네게 온 세상에 하나뿐인 존재가 되는 거야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