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도자 김정일은 중국을 방문하고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은 북한을 다녀갔습니다.
남한에선 넘쳐나는 쌀 때문에 농민들이 아우성이고 북한은 그렇지 않아도 살기 힘든 판에
수재까지 겹쳐 국제적 동정을 받고 있습니다. 이럴 때 우리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할까,
월요일 자 한겨레신문에 실린 송민순 국회의원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기고문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 옮겨 오기엔 무리가 있어 중략했습니다. 중간의 말없음표는
사라진 문단의 수와 같습니다.
대북정책, 외교가 필요하다
"'외교'란 정해진 공식과 일정에 따라 부품을 교환하는 기계공의 일이 아니라, 변화하는 날씨와 토양에 맞추어 작물을 가꾸는 원예사의 일과 같다. 이념이 팽배했던 냉전시대에도 실용외교를 주장하며 미국 외교의 뼈대를 갖춘 조지 케넌의 말이다. 작금의 상황을 원예사의 시각에서 살펴보자.
분단 이후 한반도라는 토양이 척박해진 가장 큰 원인은 핵무기를 만들고, 인권을 탄압하고, 세습체제에 매달리는 북한 정권에 있다. 그렇다고 누구를 탓하고만 있다면 평화, 번영, 통일이라는 작물은 수확할 수 없다.
한반도 환경은 지난 수년간 6자회담의 붕괴와 북한 핵능력의 증가, 천안함 사건으로 상징되는 남북관계의 극심한 대결, 미·중이 직접 동원된 동북아 군사대치 격화 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런 와중에 날씨를 좀 멀리 내다보게 하는 신호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정일의 이례적 방중과 북한 내부 정세 변화, 북한의 대규모 수해,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과 미국의 대북 인도지원 동향, 우리 내부의 식량지원 논의 등이다. 중요한 배경이 되는 미-중 관계를 포함하여 거시적 관점에서 조망할 필요가 있다.....
이런 대내외적 상황으로 북한 내부에 변화를 추구하는 힘이 나타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기대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라도 변화를 필요로 하는 세력이 숨쉴 여지를 갖도록 우리도 한몫을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남북 양쪽의 강경파들에게 서로 의존·공생할 명분을 줄 수 있다.
외교는 큰 변화도 작은 제스처에서 시작된다. 예열시간도 걸린다. 냉전시기 세계질서를 뒤흔들었던 미-중 수교도 고작 25g짜리 탁구공으로 시작되었다. 우리의 대북정책도 당장 정상회담이나 특사파견을 거론하기보다는 좀 긴 시간표를 갖고 작은 변화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대북 인도지원에 소규모의 식량이라도 포함시키고, 천안함과 6자회담도 병행시켜야 한다. 북한도 대승호 선원을 송환하고, 6자회담에 전제조건을 달지 말아야 한다. 한반도 평화체제는 핵 폐기 단계에 가서 논의하기로 한 것 아닌가. 제재도 6자회담 진전에 따라 해제될 수 있을 것이다.
'실용외교' 표방한 이명박 정부가 실제로는 이념적 모습을 띠어왔다. G20 정상회의 의장국이 G200급의 북한과 아옹다옹하는 모습을 국제사회는 어떻게 보겠는가.
이제 기계공의 작업에서 원예사의 자세로 전환하자. 원예사에게 필요한 것은 스스로 날씨를 바꿀 수 있다는 신념의 일관성이 아니라 변화하는 날씨를 미리 보고 활용하는 지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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