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경험, 반항. 죽음 (2021년 10월 4일)

divicom 2021. 10. 4. 06:57

작은 노트에서 9월 23일에 적은 <소로의 일기> 일부를 만났는데

이 책의 원제가 무엇인지, 누가 번역했는지는 써놓지 않았으니 

답답합니다. 원제가 무엇이든 번역자가 누구이든 원저자는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분명하고, 글이 전하려는 메시지 또한

분명하니 아래에 옮겨둡니다. 말없음표는 문장이 생략되었음을

뜻합니다. 먼저 인용 구절을 쓰고 괄호 안에 제 생각을 적습니다.

 

p. 201

경험을 통해 배울 만큼 나이를 많이 먹은 이가

과연 어디에 있을까?

 

(경험을 통해 배우지 못하는 사람도 많지만 경험을 통해

배우는 사람도 많습니다. 나이들어가며 조금이나마 지혜로워진다면

경험에서 배운 것을 숙고하며 실천하는 덕이겠지요.)

 

p. 242

한 사람의 인생을 특징 짓는 것은 천성에 대한 순종이 아니라

반항이다. 인간은 여러 가지 방향으로 초자연적인 삶을 살고자 애쓴다.

 

('예스(yes)'보다 '노 (no)'가 말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줍니다.

'긍정'이 박수 받는 시대이지만 '부정'과 반항이 없었다면 인류는

지금보다 미개했을 겁니다.)

 

p. 258

우리의 생각은 늘 죽은 자들과 함께한다. 

죽었어도 잊히지 않은 이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의 하늘로 올라간다.

아니, 그들이 우리의 세계로 내려온다. 반대로 어떤 이들은 죽고 나면

영영 잊혀진다...

죽은 뒤에야 비로소 생전의 참모습을 드러내어 더 가깝게 우리에게 

다가오는 이가 있는가 하면, 아예 우리를 떠나 영영 잊히는 이들도 있다.

이 세상에서는 죽음으로 인해 갈라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가까워지는

벗들도 적지 않다.

 

(살아계실 때 홍제동 당신 방에 머무시던 아버지는 돌아가시는 순간부터

늘 저와 함께하십니다. 아버지와 딸이라는 생물학적 인연은 아버지가

몸을 떠나시는 순간 의미를 잃었지만, 제 인생의 첫 스승인

그분에게서 배운 것들은 그분 생전보다 더 선명해졌고, 언제 어디서나

제 정신의 일부로서 작동합니다. '사별'은 몸의 헤어짐을 뜻할뿐

정신의 교감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