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십년감수, 십년 터울 (2021년 8월 9일)

divicom 2021. 8. 9. 12:19

각종 매체에서 흘러나오는 한국어를 듣다 보면

기분이  나빠집니다. 부정확한 한국어가 난무하기 때문입니다.

은어나 속어는 그러려니 하겠지만 누구나 일상 쓰는 말이

엉망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유튜브는 어쩔 수 없다 해도 지상파 방송의 아나운서와

기자들, 출연진들은 제대로 된 우리말을 써야 하지만

그들조차 엉망입니다. 아나운서를 뽑을 때

발음보다 외모를 본다더니 그 말이 참말인가 봅니다.

 

이 나라엔 문화체육관광부가 있고 국어 관련 단체들도

여럿이지만 세계인들에게 한국어를 확산, 보급시키는 데는

열심일지 모르나 한국어 자체를 품격 있게 유지, 발전시키는 데에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말이 품격을 잃으면 말의 사용자, 즉 그 말을 사용하는 개인과

사회 또한 품격을 잃습니다. 지금 이 나라가 돈만 아는 천박한

졸부들의 놀이터가 된 것과 천박한 언어 생활 사이엔 불가분의

관계가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신문에서 우리말을 바로 쓰도록 도와주는 글을 만나면

참 반갑습니다. 오늘은 '십년감수'와 '터울'에 대해 배웠습니다.

 

우리말 산책

축음기에 빼앗긴 수명 10년 ‘십년감수’

엄민용 기자

뭔가에 깜짝 놀랐을 때 “어이쿠, 십년감수했다” 따위의 말을 한다. 십년감수(十年減壽), 말 그대로 ‘목숨이 10년은 줄었다’는 의미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이지만, 이 말이 생겨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120여년 전인 1897년이다.

 

그해 미국 공사이자 의사인 앨런이 우리나라에 축음기를 들여와 어전에 설치하고는 당시 명창이던 박춘재를 불러 고종과 대신들 앞에서 판소리를 부르게 하고, 이를 축음기에 담는다. 박춘재가 기다란 나팔에 입을 대고 판소리를 구성지게 뽑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나팔통에서 박춘재의 판소리가 그대로 흘러나오자 모두들 화들짝 놀란다. 그때 고종도 깜짝 놀라며 한마디 한다. “춘재야, 네 기운을 기계에 빼앗겼으니 네 수명이 십년은 감해졌겠구나”라고…. 십년감수라는 말이 생겨난 유래다.

 

이렇듯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에는 누군가가 처음 만든 사실이 알려진 것들이 꽤 많다. 30세를 뜻하는 ‘이립(而立)’이나 60세를 가리키는 ‘이순(耳順)’은 공자가 처음 얘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70세를 뜻하는 고희(古稀)는 두보가 지은 시 ‘곡강(曲江)’의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는 구절에서 따온 말이다. 이 중 ‘고희’는 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음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인생칠십고래희’란 “사람이 일흔 살까지 살기란 예로부터 드문 일이다”를 뜻하는데, 기대수명 100세 시대인 오늘날에 70세는 아직도 청춘이기에 하는 소리다.

 

우리말에는 나이와 관련한 낱말이 많은데, 그 가운데는 너나없이 쓰지만 열에 아홉은 잘못 쓰는 말도 적지 않다. ‘터울’도 그중 하나다. ‘터울’이란 “한 어머니의 먼저 낳은 아이와 다음에 낳은 아이와의 나이 차이”를 뜻하는 말이다. 즉 “어머니가 같은 자식들 간의 나이 차이를 나타낼 때”만 쓸 수 있다. 배다른 형제자매 사이에도 쓸 수 없는 ‘터울’을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 사이에 쓰는 일이 흔한데, 이럴 때는 그냥 ‘○ 살 차이’로 써야 한다. 직장 동료에게 “나이가 한 살 터울이니 그냥 친구처럼 지내자” 따위로 얘기하는 것은 정말 큰일 날 소리다.



원문보기: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108090300085#csidx5084ffde9585231a8131b02de083d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