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 노란 그늘에서
ㄴ자로 꺾인 가지를 주웠습니다.
시든 꽃과 봉오리 열세 송이쯤
누렇게 마른 가지에 붙어 있었습니다.
물병에 꽂고 살아다오 했더니
시들었던 꽃이 환하게 부풀고
누런 가지 곳곳에서 쉼표 같은
무엇이 자꾸 솟아납니다.
개나리 물병 옆에는
한 달쯤 먼저 온 미나리 병이 있습니다.
미나리 한 단에서 잘라낸 뿌리가
초록 안개꽃이 되어 가만 가만
자라고 있습니다.
나리 나리 개나리
나리 나리 미나리
개나리처럼 미나리처럼
자라고 싶습니다.
자라지 못하면 물이 되어
개나리 미나리 키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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