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양평 부추 (2020년 6월 5일)

divicom 2020. 6. 5. 07:51

꽃처럼 어여쁜 부추 한 단을 샀습니다.

허리띠에 적힌 글자를 보니 양평 부추입니다.

왈칵 눈물이 납니다.

 

오년 전 아버지가 들어가 누우신 그 땅에서 자란 부추입니다.

꼿꼿한 푸른 잎은 그대로 아버지의 정신,

입안을 채우는 향기는 제 삶을 채워주신 아버지의 가르침입니다.

 

부추에 스민 아버지의 육신...

뵙고 싶지만 뵐 수 없고 만지고 싶지만 만질 수 없는 아버지.

양평 부추를 먹는 건 그리운 아버지를 먹는 일입니다.

아버지에게서 나온 제 속으로 아버지가 들어오십니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허기

 

아버지 떠나신 후

끼니가 버겁더니

새벽 세 시 속 쓰리네

검버섯바나나 허겁지겁

삼키다 눈물나네

칠십구 일 전

허기에서 해방된

아버지가 보고 싶네

 

--김흥숙 시산문집 <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