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오세철 교수: 엥겔스--야만에서 문명으로(2020년 1월 16일)

divicom 2020. 1. 16. 20:46

오랜만에 시내에 나가 오래된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사십 년 지기부터 십년 지기까지 오래 묵은 친구들은 오랜만에 만나도 임의로웠습니다.


노화의 길에서 만나는 복병들을 함께 조롱하기도 하고, 한국 사회의 퇴행, 

'20대 80의 사회'에서 상위 20퍼센트의 위선과 권력욕, 부정 불감증,

탈 코르셋 운동, 아흔을 넘기신 우리들의 어머니들,

그리고 어떻게 잘 죽을 것인가까지 다양한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여전히 맑은 영혼과 정의감을 지닌 친구들을 만나니 육체의 노화,

노화가 수반하는 통증과 불편 같은 것이 더욱 사소하게 느껴지며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우정만큼은 못 되어도 

적어도 이 친구들을 실망시키지는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밥과 커피를 사준 경아씨와 승정씨, 무거운 귤을 세 봉지나 들고 오느라 애쓴 혜련씨에게 깊이 

감사하며, 또 한 분 존경스러운 동행 오세철 교수님의 글을 그제, 어제에 이어 오늘도 여기 옮겨둡니다.

오 교수님의 얼굴 사진이 이틀 연속 게재되었기에 오늘은 사진을 싣지 않습니다.


[오세철의 내 인생의 책]③가족·사유재산·국가의 기원 - 프리드리히 엥겔스

오세철 | 코뮤니스트 활동가·연세대 명예교수

가족·국가 그리고 자본주의


마르크스가 죽은 다음해인 1884년 10월 출간된 책은 미국 인류학자 모건(1818~1881)의 <고대사회>와 모건의 원시사회 저술의 문단을 인용한 마르크스의 노트에 의존했다. 엥겔스는 ‘루이스 H 모건의 연구에 비추어’라는 부제를 붙였다. 여성해방에 대한 사회주의 운동의 이론적 기초를 제공한다.

모건은 인간 사회의 네 가지 본질적 특성으로 발명과 발견, 정부, 가족, 재산을 든다. 엥겔스는 이들 특성을 가족, 사유재산과 국가 발전의 통합된 연결 주제로 삼았다. 여성, 가족, 노동계급 재생산에 대한 역사적·이론적·포괄적 분석을 시도한다. 그는 사유재산을 기초로 한 자본주의사회에서 가족이 가부장제와 연결된다고 봤다. 국가는 곧 억압·착취에 기반을 둔 자본주의국가라고 통찰한다. 앞서 모건은 재산을 ‘관리할 수 없는 권력’이라고 결론냈다.

엥겔스는 국가 출현에 대한 자신과 마르크스의 관심에 따라 ‘야만으로부터 문명으로 이행에 초점’을 맞추었다. 자본주의 대규모 역사적 영향 분석에 기반을 둔 마르크스 <자본>의 관점, 여성해방·인간해방 조건인 집합적 노동과정 참여를 통한 정치적 권리라는 엥겔스 관점이 일치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여성과 노동자에 비유하면 ‘실질적 사회평등’에 대한 투쟁을 통해 두 집단은 법적으로 평등권을 가져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자본에 의한 착취가 철폐되고 가사노동이 공공산업으로 전환될 때 진정한 남녀평등이 이뤄진다는 분석은 엥겔스의 탁월한 업적으로 꼽을 만하다. 가족과 국가를 지배와 착취 이데올로기로 삼는 한국 자본주의 현실을 비판하려면 필요한 책이다. 올해는 엥겔스 탄생 200주년이다. 마르크스에 가려진 그를 기리려면 읽어야 할 책이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1142236015&code=960205#csidx65e654cc40c2b5eac224c0a83cac9f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