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9월 마지막 날 읽는 8월 일기(2019년 9월 30일)

divicom 2019. 9. 30. 07:44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제 책상 위엔 종이조각이 많습니다.

하루에 하나씩 버리자고 마음먹고 두어 장 버렸는데 도로아미타불입니다. 


오늘은 꼭 한 장 버려야지 하고 집어든 종이에 8월 15일에 쓴 글이 있습니다.

커피 얘기인지 인생 얘기인지...

아시다시피 저는 카페라테를 좋아해서 <생각라테>라는 책을 낸 적도 있습니다.


커피를 하루에 다섯 잔씩 마시던 시간이 있었다.


오늘은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미리 

장에서 소화되는 소화제 한 알을 먹는다.


9월을 기다리는 세상을 8월의 젖은 손들이 씻고 있다.


한참 빗속을 걸어 도착한 카페.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 주던 바리스타는 보이지 않고

그만 못한 실력의 바리스타만 있다.


카페라테는 나이든 사람과 같아

얼굴만 봐도 모든 걸 알 수 있지만

그가 만든 라테의 얼굴을 애써 못 본 척

편견 없이 한 모금.


아, 그의 커피 실력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개선은 누구에게나 힘든 성취.


맛없는 커피를 놓고 가며 '맛있게 드세요' 한다.

'당신은 자존심도 없어요? 이걸 라테라고 만들었어요?'라고 할 수도 있지만

침묵한다. 할 수 있다고 다 할 필요는 없다.


늘 순간에 사라지던 라테가 아직껏 남아 있다. 

아무쪼록 이렇게 맛없는 커피 꼴은 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