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이희호 선생님 별세(2019년 6월 11일)

divicom 2019. 6. 11. 10:37

직접 만나뵌 것은 한두 번뿐이지만 늘 마음의 스승으로 모셨던 이희호 선생님이 어젯밤 영면에 드셨습니다.

십여 년 전, 이화여고에서 열린 바자회에 선생님이 오셨다기에 찾아가 인사를 드렸더니

악수로 격려해주셨습니다. 저도 제법 손이 큰 편이고 악수를 하면 남자 손 같다는 말을 듣곤 했는데

선생님의 손은 제 손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고 힘 있고 진심이 느껴지는 손이었습니다.


2008년 11월에 펴내신 자서전 <동행>의 머리글 첫문장에 "참으로 먼 길을 걸어왔다."고 쓰셨던 이희호 선생님,

이제 그 먼 길을 여기 두고 사랑하는 김대중 선생 곁으로 가셨으니 슬픔을 누르며 상봉을 축하드려야 할까요...

선생님, 저희들처럼 혼탁한 세상에 머무셨으나 한 순간도 맑음을 잃지 않으셨던 선생님,

사랑이 무엇인지 아시고 그 사랑을 실천하셨던 선생님... 이제 편히 쉬소서...


저처럼 슬퍼하는 사람들에게 선생님이 <동행> 머리글에 쓰신 말씀을 전합니다. 

말씀 아래 기사는 선생님의 별세를 전하는 한겨례신문 기사입니다.



나는 지금 하늘이 내리신 평화와 위로로 인해 자유롭고 편안하다. 

또한 이러한 평화와 자유와 평안이 우리나라 모든 국민의 머리 위로 

단비처럼 내릴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이는 내 생명이 꺼지는 그날까지 변함없을 것이다.

요즈음 나라 안팎이 다시 시련에 직면해 있다. 부디 이 고난을 국민의 지혜로 이겨낼 수 있기를!


"오직 공법을 물같이, 정의를 하수같이 흘릴지로다." 

                                  --<아모스서> 5장 24절



이희호 여사 별세…‘민주화 큰 어른’ 평화 여정 마치다



고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청와대 시절 밝게 웃고 있다. 고인이 생전에 ‘영정 사진’으로 골라놓았다고 센터 관계자는 전했다.
고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청와대 시절 밝게 웃고 있다. 고인이 생전에 ‘영정 사진’으로 골라놓았다고 센터 관계자는 전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이자 여성운동가·민주화운동가로 평생을 보낸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10일 오후 11시37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연세대세브란스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97.


김대중평화센터 대변인은 이날 밤 “일부 언론에서 간암 투병을 한 것으로 보도했으나 암 진단을 받은 적이 없고 고령에 의한 노환으로 끝내 소천했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올해 들어 건강이 급속히 나빠졌다. 감기 등으로 수차례 입원했다 퇴원하기를 반복했다. 지난 4월엔 ‘위중설’이 보도되기도 했고, 4월20일엔 장남인 김홍일 전 의원이 별세했을 때도 주변에선 이 이사장에게 아들의 임종 소식도 전하지 못했다.


1922년 서울에서 6남2녀의 넷째이자 맏딸로 태어난 이 이사장은 1942년 이화여자전문학교(현 이화여대) 문과에 입학했다. 2년 만에 강제로 졸업한 뒤 해방 후인 1946년 서울대 사범대학에 다시 입학해 1950년 졸업했다. 1954년부터 4년 동안 미국 테네시주 램버스대학과 스캐릿대학에서 사회학 석사과정을 밟았다. 이화여대 강사, 대한여자기독교청년회연합회(YWCA) 총무,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이사 등을 지냈다.


고인은 사회문제에 눈뜬 여성운동가였고, 흔들리지 않는 신앙으로 간난신고를 헤쳐 나온 종교인이었다. 특히 1962년 마흔살에 정치인 김대중과 결혼한 뒤엔 남편과 함께 불굴의 의지로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투사의 삶을 살았다.


고인은 생전 <한겨레>(‘길을 찾아서-이희호평전’)와 한 인터뷰에서 “내 양심에 비추어 일생을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운동가·민주화운동가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삶에 대해선 이렇게 회고하기도 했다. “우리는 정말 서로 인격을 존중했어요. 늦게 결혼했고 결혼할 때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지만, 참 좋은 분을 만나서 내 일생을 값있고 뜻있게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유족으로는 아들 김홍업(전 국회의원)·홍걸(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씨와 며느리 윤혜라·신선련·임미경씨 등이 있다.


장례는 5일장으로, 조문은 11일 오후 2시부터 가능하다. 빈소는 연세대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1호, 발인은 14일 오전 6시, 장례예배는 오전 7시 고인이 평생토록 다닌 신촌 창천교회에서 할 예정이다.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에 합장한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897362.html#csidx438a2969c33659c96404ff40b74cfe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