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피었다 지는 것이 목련뿐이랴(2019년 5월 9일)

divicom 2019. 5. 9. 10:06

어제는 어버이날. 며느리 둘과 딸 둘이 

아흔의 어머니를 모시고 점심 나들이를 갔습니다.

현대식 건물 속에 숨은 듯 깃든 일본음식점에서 비싼 '특선'을 먹고 

같은 건물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습니다. 


다섯 여자는 다섯 권의 장편소설 같아 끝없이 이야기가 이어졌고

근 다섯 시간이 되어서야 집으로 향했습니다.


며느리들과 시누이들이 만난 지 30여 년, 다른 부모에게서 태어난 네 여성은 어느덧

한 '자매'가 되어 웃고 울었습니다. 그들이 함께 살아온 봄 봄 봄... 겨울 겨울 겨울...

모두들 서로와 인연에 감사했습니다.


마침 오늘 아침 경향신문 조운찬 논설위원의 글에서 '피었다 지는 것이 목련뿐이랴'라는 

시 구절을 만나니, 다시 어제 만났던 자매들이 생각납니다. 

피어서도 아름답고 진 후에도 아름다운 자매로 남기를 기원합니다.



여적]‘가장 받고 싶은 상’

조운찬 논설위원

망월동 5·18민주묘지의 광주 민중항쟁추모관에는 고정희·하종오 등 시인들의 추모시가 걸려 있다. 그중에서 눈에 띄는 작품은 박용주의 ‘목련이 진들’이다.

‘목련이 지는 것을 슬퍼하지 말자/피었다 지는 것이 목련뿐이랴/기쁨으로 피어나 눈물로 지는 것이/어디 목련뿐이랴/우리네 오월에는 목련보다/더 희고 정갈한 순백의 영혼들이/꽃잎처럼 떨어졌던 것을 … 눈부신 흰빛으로 다시 피어/살아 있는 사람을 부끄럽게 하고/마냥 푸른 하늘도 눈물짓는/우리들 오월의 꽃이/아직도 애처로운 눈빛을 하는데/한낱 목련이 진들/무에 그리 슬프랴.’

박용주는 전남 고흥 풍양중 2학년 때인 1988년 4월, 이 시로 ‘오월문학상’을 받았다. 중2 소년이 대학생·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문학상을 거머쥔 것은 이례적이다. 광주에서 태어난 박용주는 1980년 광주 서석초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5·18을 겪는다. 이 시에는 그가 어릴 때 목격했을 광주의 참상이 슬프게 배어 있다. 시는 1992년 가수 겸 작곡가 박문옥에 의해 노래로 만들어졌다. ‘목련이 진들’은 박용주 시집 <바람찬 날에 꽃이여 꽃이여>와 박문옥 음반 <양철매미>에 각각 실려 전한다.

전북 부안여중 3년생인 이슬양(15)은 3년 전인 2016년 11월 전북교육청이 주최한 ‘너도나도 공모전’에 동시 ‘가장 받고 싶은 상’을 출품해 이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짜증 섞인 투정에도/어김없이 차려지는/당연하게 생각되는/그런 상 … 세상에서 가장 받고 싶은/엄마 상/이제 받을 수 없어요.’ 이슬양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어머니를 여의었다. 이양은 밥상을 마주할 때마다 생전에 음식을 차려주던 어머니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리고 동시를 통해 평소 못 느꼈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밥상의 소중함을 절절하게 표현했다. 이양의 동시도 최근 여수의 초등학교 교사 조승필에 의해 동요로 만들어졌다. 또 공동 에세이집 <내가 엄마니까>에도 실렸다.

아동문학가 이오덕 선생은 “어린이는 모두 시인”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어린이의 글이 모두 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동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 생각이 간절해야 한다. 느낌이 절실해야 한다. 동시 ‘가장 받고 싶은 상’이 시가 되고 노래가 된 까닭은 여기에 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5082037005&code=990201#csidxfec65ed3f55f15c9ba1772a1914fc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