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는 여러 가지로 정의될 수 있습니다.
무엇이든 서두르는 나라, 유색인을 차별하는 나라,
아기가 아주 조금 태어나는 나라,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제일 빠른 나라,
가정폭력이 만연한 나라...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다 깜짝 놀랄 때가 있습니다.
폭력이 난무하기 때문입니다.
가족끼리 혹은 가까운 사람 사이에서 뺨을 때리는 등의 폭력이 아주 쉽게 자행됩니다.
어쩌면 이 나라 사람들 마음 속엔 친한 사이의 폭력은 애정의 표현이라는 식의
왜곡된 의식이 자리잡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가정폭력은 줄기는커녕 늘고 있지만 경찰에 신고를 해도 수사하지 않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최근에도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이혼한 여성을 전 남편이 찾아가 살해한 일이 있습니다.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바로 그 폭력을 목도한 증인으로서 아버지의 사형을 원한다고 합니다.
어떤 피해자는 자신을 죽이려 하는 아버지를 신고했다가 경찰로부터
'그래도 아빠인데 어떻게 신고를 하니'라는 핀잔 같은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모든 경찰관이 그 경찰 같지는 않겠지만, 경찰은 왜 있는가, 그 경찰은 어느 세기의
사람인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아래는 이 문제를 다룬 경향신문 사설입니다.
[사설]신고해도 수사 안 하는 가정폭력의 야만적 현실
입력 : 2018.10.29 20:44:01
가정폭력 사건 신고는 급증하고 있지만 경찰이 가정폭력 사범을 검거해 적극적으로 수사하는 사례는 10건 중 1건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더불어민주당 강창일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13~2017년 5년간 가정폭력 신고는 약 116만건이었다. 이 중 지난해 접수된 신고는 28만건으로 2013년(16만건)에 비해 74%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 5년간 신고 건수 대비 가정폭력 사범 검거율은 13%에 불과했다. 또한 2015년부터 올해 6월까지 검거된 가정폭력 사범 16만4000여명 중 구속된 이들은 1632명으로 1%에도 못 미친다. 경찰이 이처럼 가정폭력을 미온적으로 수사하면서 피해자는 가해자의 보복에 노출되고 재범의 악순환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로 가정폭력 재범률은 2015년 4.1%에서 올해 8.9%까지 높아졌다.
최근 서울에서 발생한 전부인 살해사건도 결혼생활 20년간 지속된 가정폭력을 경찰이 제대로 대처하지 않다가 발생한 비극이라는 지적이 많다. 29일에는 한국여성의전화 등 690개 여성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검찰·법원 등 국가가 가정폭력을 방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증언에 나선 한 피해자는 16년 동안 가정폭력을 당한 뒤 이혼한 전남편이 죽이겠다며 찾아와 문을 부수어도 경찰은 “아줌마가 잘하세요”라는 말만 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렸다는 또 다른 피해자는 흉기를 들이대고 죽이겠다는 아버지를 신고했더니 경찰에게서 “그래도 아빠인데 어떻게 신고를 하니”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피해자가 죽어야만 가정폭력이 끝난다”는 이들의 외침은 가정폭력에 대처하는 사회와 국가의 무능을 되돌아보게 한다.
지난 3월에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한국 정부에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이 피해자의 인권보호보다 가정의 유지와 복원에 목적을 두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법 개정을 권고했다. 한국의 가정폭력대응시스템이 법에서부터 잘못됐다는 것이다. 여성계에서는 가해자가 법원의 접근금지명령을 어겨도 과태료만 내면 되고, 검찰은 가해자가 가정폭력상담소에서 상담받는 조건으로 기소하지 않는 등의 법적·제도적 허점을 지적하고 있다. 가정폭력은 더 이상 ‘집안 일’로만 치부될 수 없다. 정부는 가정폭력을 심각한 범죄로 인식하고 더욱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엄벌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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