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하늘, 우리 안의 하늘(2018년 9월 26일)

divicom 2018. 9. 26. 06:37

어젠 종일 미안했습니다.

종일 하늘 보는 재미를 느끼자니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미안했습니다.


한편 생각하면,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은 

눈이 보이는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테니

그렇게 미안해 할 일이 아닐지 모릅니다. 

모든 일엔 양면이 있고, 때로 결핍은 큰스승 같으니까요.


그래도, 아무리 생각해도, 저 하늘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에겐 미안합니다. 

어떻게 해야 그들이 저 하늘을 느끼게 할 수 있을까요?

졸저 <생각라테>의 9월 편에 있는 '우리 안의 하늘'을 보면

제 마음은 늘 이렇게 '미안' 주위에 머무나 봅니다. 



우리 안의 하늘

 

푸른 도화지 같은 하늘에

큰 붓으로 쓱쓱 그린 뭉게구름, 새털구름

아무리 올려다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습니다.

 

봄꽃을 보던 때처럼 눈이 보이지 않는 분들에게 미안합니다.

배와 사과를 만져보면 거기 담긴 하늘을 느낄 수 있을까요?

 

긴 더위와 열기 가득한 대기 너머에서

푸른 얼굴을 닦으며 기다렸을 하늘...

수수만년 그대로 아름다운 하늘이 바람의 목소리로 말합니다.

사람아, 네 안에도 하늘이 있단다.’

 

너무 덥다고, 비바람이 거세다고,

나만 힘들다고 볼멘소리를 했는데 제 안에도 하늘이 있답니다.

 

여름을 견딘 나무들이 스스로에게 상 주는 계절,

하늘은 감, 대추와 함께 게으른 우리도 품어줍니다.

추수할 게 없어도 슬퍼하지 않겠습니다.

 

하늘이 저를 포기하지 않고 지켜봐줄 테니,

먹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을 때조차

하늘은 거기 푸르게 아름다울 테니, 다시 살아야겠습니다.

저를 닦고 또 닦아 제 안의 하늘을 불러내어.

언젠가는 누군가의 하늘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