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종일 미안했습니다.
종일 하늘 보는 재미를 느끼자니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미안했습니다.
한편 생각하면,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은
눈이 보이는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테니
그렇게 미안해 할 일이 아닐지 모릅니다.
모든 일엔 양면이 있고, 때로 결핍은 큰스승 같으니까요.
그래도, 아무리 생각해도, 저 하늘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에겐 미안합니다.
어떻게 해야 그들이 저 하늘을 느끼게 할 수 있을까요?
졸저 <생각라테>의 9월 편에 있는 '우리 안의 하늘'을 보면
제 마음은 늘 이렇게 '미안' 주위에 머무나 봅니다.
우리 안의 하늘
푸른 도화지 같은 하늘에
큰 붓으로 쓱쓱 그린 뭉게구름, 새털구름
아무리 올려다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습니다.
봄꽃을 보던 때처럼 눈이 보이지 않는 분들에게 미안합니다.
배와 사과를 만져보면 거기 담긴 하늘을 느낄 수 있을까요?
긴 더위와 열기 가득한 대기 너머에서
푸른 얼굴을 닦으며 기다렸을 하늘...
수수만년 그대로 아름다운 하늘이 바람의 목소리로 말합니다.
‘사람아, 네 안에도 하늘이 있단다.’
너무 덥다고, 비바람이 거세다고,
나만 힘들다고 볼멘소리를 했는데 제 안에도 하늘이 있답니다.
여름을 견딘 나무들이 스스로에게 상 주는 계절,
하늘은 감, 대추와 함께 게으른 우리도 품어줍니다.
추수할 게 없어도 슬퍼하지 않겠습니다.
하늘이 저를 포기하지 않고 지켜봐줄 테니,
먹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을 때조차
하늘은 거기 푸르게 아름다울 테니, 다시 살아야겠습니다.
저를 닦고 또 닦아 제 안의 하늘을 불러내어.
언젠가는 누군가의 하늘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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