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김동연과 이재용(2018년 8월 7일)

divicom 2018. 8. 7. 09:35

요즘 텔레비전 뉴스를 보다 보면 분노어린 궁금증이 일어날 때가 있습니다.

'저 곳은 얼마나 시원하기에 저 사람들은 긴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메고 

재킷까지 입고도 땀을 흘리지 않는 걸까?'


어쩌면 부자가 되거나 권력을 갖게 된다는 건 계절의 차이를 잘 모르게 된다는 뜻일지 모릅니다.

계절의 차이를 모르는 것도 안타깝지만 그 외의 수많은 것들에 대해서도 모르게 될 수 있습니다.

어떤 일에 대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지를 모르게 되는 것이지요.


어제 김동연 부총리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만남도 그런 일 중 하나일 겁니다.

두 사람이 지금, 왜 만났는지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아래는 그 만남에 대한 경향신문 사설과 '기자 메모'입니다.



사설]김동연·이재용 회동과 재벌 개혁

경제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났다. LG, 현대차, SK, 신세계 등 4곳에 이어 다섯 번째 만남이지만 삼성이 국내 최대의 기업인 만큼 관심이 각별했다. 회동에서 두 사람은 미래를 어떻게 대비할지와 상생협력·투자자에 대한 신뢰제고 방안을 논의했다. 김 부총리는 “삼성이 투명한 지배구조나 불공정행위 개선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리고 앞으로의 투자와 고용계획 등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한 고민에 너 나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이번 회동을 두고 논란이 있는 게 사실이다. 청와대가 삼성과의 만남을 앞둔 김 부총리에게 ‘재벌에 투자·고용을 구걸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전에 김 부총리와 만난 재벌들이 투자와 고용 계획을 잇달아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전 정부에서 재벌이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고위관료를 만난 뒤 시행했던 구태에 대한 걱정도 섞여있다. 청와대는 논란이 일자 “사실 무근”이라고 했지만 김 부총리와 모종의 의견 차이가 있었음은 분명하다.

김 부총리와 재벌 간 회동은 본인의 선의와는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정부의 재벌개혁은 아직 진행 중인데 부총리가 재벌 총수를 만나고 다니는 상황은 오해의 여지가 있다. 만남의 상대가 굳이 총수일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재벌개혁을 한다면서 재벌 총수를 만나는 게 이치에 닿느냐’라는 질문에는 답 찾기가 궁색해진다. 정부가 추진하는 재벌개혁이 제대로 성과를 내기도 전인데 총수와 만남으로써 ‘개혁이 물 건너갔다’는 신호를 줄 수도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아직 국정농단 사건 재판이 끝나지 않았다. 둘의 만남이 면죄부로 비칠 수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기업의 국가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기업인을 만나 애로를 듣고 지원할 수 있다. 세계무대에 나가 경쟁하는 어려움을 돕는 의미도 있다. 그러나 기업의 어려움을 듣는 것과 개혁은 다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재벌의 갑질과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편법증여, 불투명한 지배구조 등 제대로 해결된 것이 없다. 지식인들이 정부가 재벌개혁 관련 핵심 법안의 개정에 거의 성과가 없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일자리가 줄어들고 투자가 부족하다고 재벌에 의지해 개혁을 후퇴시키는 일이 생겨서는 안된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8062053015&code=990101#csidxdd1df15a61d025eaedbeba3941245cd 

[기자메모]‘김동연·대기업 만남’이 불편한 이유

박은하 | 경제부

"대기업을 4번 만났지만 투자나 고용계획에 간섭한 적이 없다. 기업이 자율적으로 판단해 결정하는 것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자신의 이름으로 낸 입장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청와대가 “재벌의 팔을 비틀거나 투자를 구걸하는 것처럼 오해될 수 있다”며 6일 김 부총리의 삼성전자 평택공장 방문에 맞춰 예정돼 있던 삼성의 투자계획 발표를 미루도록 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였다. ‘구걸’이라고 하면 정부가 재벌에 이끌려 재벌개혁 등의 과제를 포기한 것처럼 들린다. ‘팔 비틀기’라고 하면 정부가 재벌을 핍박한다는 인상을 준다. 진실은 ‘조율’에 있다고 생각한다.

김 부총리와 만난 날 LG(2017년 12월)는 올해 1만명 고용, 현대차(2018년 1월)는 5년간 23조원 투자, SK(2018년 3월)는 3년간 80조원 투자, 신세계(2018년 6월)는 3년간 3만명을 고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경우 지역상권 보호를 위한 출점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요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규제혁신의 1호 대상으로 의료기기 업종을 꼽았는데 SK, LG, 삼성전자 모두 원격 의료기기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SK, LG, 현대차는 중소기업과의 상생방안으로 상생협력기금을 내놓는다고 했고 신세계는 중소기업의 유통지원을 약속했다. 원자재나 임금상승에 따른 납품단가연동제 등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한 구조적인 대안은 빠져 있지만 기재부와 해당 대기업이 공동 발표하는 보도자료에는 대기업의 자체적 상생방안으로 소개된다. 투자와 고용계획은 그런 조율 끝에 나왔을 것이다. 조율된 정책을 들여다보면 기존의 재벌체제를 강화하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조율된 투자계획을 내놓는 자리에는 항상 조율된 정책이 있었다. 투자계획은 대대적으로 소개되고 조율된 정책은 최대한 숨겨진다.

그렇기 때문에 김 부총리와 대기업의 만남에는 불편한 시선이 따른다. 김 부총리와 삼성전자의 만남은 어떠할 것인지 궁금하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8052108015&code=990105#csidxb9e0b698f54945d9860eb56e5eb345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