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낚싯배 희생자를 위한 청와대 묵념(2017년 12월 5일)

divicom 2017. 12. 5. 10:22

제가 기자 생활을 하던 때나 지금이나 조선일보에 실리는 글과 제 글의 논조가 같은 일은 드뭅니다.

앉은 자리도 다르고 바라보는 곳도 다르니 그렇겠지요.

그렇지만 어제 청와대에서 있었던 인천 낚싯배 전복 사고 희생자에 대한 묵념에 대해서는 

조선일보 최재혁 논설위원과 저의 생각에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오늘 아침 '만물상' 코너의 '어느 묵념'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최 위원은 '앞으로 교통사고나 화재 등으로 

여러 사람이 숨지면 그때마다 청와대에서 묵념하나.' 라는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제게도 그런 의문이 일었습니다. 

그 의문뿐만 아니라 최 위원의 글 앞 부분은 저와 생각이 다르지 않습니다. 



"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가 시작되기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 제안으로 참석자 전원이 일어나 인천 낚싯배 전복 

사고 희생자에 대한 묵념을 올렸다 한다. 그 모습은 영상·사진으로 공개됐다. 대통령 지지자들은 '투표 한 번 제대로 하고 몇 번을 대우받는지 모르겠다'며 감격해 하는 댓글을 올렸다. 


▶육지에서 얼마 안 떨어진 바다에서 충돌 사고가 발생해 졸지에 13명이나 숨진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다고 이런 사고가 생길 때마다 청와대가 묵념을 올리겠다는 것인지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인터넷에서 '묵념을 올리는 커트라인(기준)이 무엇이냐'는 반응이 나왔다. 몇 명이 사망하면 청와대에서 묵념을 올리냐는 것이다. 사실 궁금하다. 앞으로 교통사고나 화재 등으로 여러 사람이 숨지면 그때마다 청와대에서 묵념하나. 


그러나 최 위원과 저는 세 번째 문단에서 갈라집니다. 
그가 이번 사고와 세월호 사건을 비슷하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문단은 이렇습니다.
아래 문단에서 굵은 글씨로 표시된 문장이 최 위원과 저를 가릅니다.
 
▶사고가 나자 해경뿐 아니라 해군 함정과 헬기, 해군 특수부대가 총동원됐지만 결과가 크게 달라지진 못했다. 탑승자 22명 가운데 구조된 사람은 7명이었다. 단순 비교하면 세월호 구조자 비율보다 낮았다. 세월호가 그랬던 것처럼 아무리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 있다. 어쩔 수 없는 일을 어쩔 수 있었던 것처럼 만들어 누군가에게 책임을 씌우는 것은 정치 공격일 뿐이다. 


위 문단을 읽다 보면 최 위원이 세월호 사건이 어떻게 된 일인지 알고 있나 하는 의문이 듭니다.

세월호의 침몰은 이번 사고와 매우 다릅니다. 가장 다른 것은 이번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즉시 구조작업을 했으나세월호가 침몰했을 때는 구할 수 있었음에도 구하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세월호 '사고'는 '사건'이 되었고 

아직도 이 사건의 진실을 규명해야 하는 것입니다.


최 위원의 말대로 낚싯배 사고를 대하는 정부의 대응엔 지나친 점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국민 모두의 안위를 

책임지려하는 것은 좋지만, 이 사고와 관련해 '국가의 책임' 운운하며 '묵념'까지 하는 것은 지나칩니다.


그러나 이 지나침보다 더 나쁜 것은 이번 사고와 세월호 사건을 함께 '어쩔 수 없는 일'로 치부하며 

'누군가에게 책임을 씌우는 것은 정치 공격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지요. 


세월호 사건은 수많은 비리와 부정이 얽혀 일어난 사건으로, 사건 후 7시간이나 대통령의 행적이 불분명하여 

희생자가 늘어난 사건입니다. 이런 사건을 규명하는 것을 '어쩔 수 없는 일을 어쩔 수 있었던 것처럼 만들어... 

정치 공격'한다고 하는 최 위원... 최 위원이 조선일보에 있어서 이렇게 쓴 것인지, 정말 이렇게 생각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최 위원의 칼럼 원문은 아래 주소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04/201712040308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