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사드, 북한 핵실험, 그린피스 무지개 전사(2017년 9월 11일)

divicom 2017. 9. 11. 07:44

지난 7일 사드 발사대 4기가 성주 기지에 반입됨으로써 사드 한 개 포대가 완전히 갖추어졌습니다. 

사드(THAAD)는 '종말고고도지역방어체계: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를 줄인 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저녁 8시50분께 ‘사드배치 관련 대통령 입장’을 내고, 사드의 임시배치는 '현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라며 국민의 양해를 구했습니다. 그는 이번 배치가 '안보의 엄중함과 시급성을 

감안한 임시배치'라며 “사드체계의 최종배치 여부는 여러번 약속드린 바와 같이 보다 엄격한 일반 환경영향평가 후 결정될 것”이라고 말하고, “앞으로 진행될 일반 환경영향평가 과정이 국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마침 임종건 선배가 자유칼럼에 이 일과 관련된 글을 쓰셨기에 아래에 옮겨둡니다.




www.freecolumn.co.kr

무지개 전사(Rainbow Warrior)를 그리며

2017.09.08

지난 3일 6차 핵실험의 성공을 알리는 북한 조선중앙TV의 보도에는 이전의 5차례 핵실험 보도 때와 다른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번 시험이 이전에 비해 전례 없이 큰 위력으로 진행되었지만, 지표면 분출이나 방사성 물질 루출(유출) 현상이 전혀 없었고, 주위 생태환경에 그 어떤 부정적 영향도 주지 않았다는 것이 확증되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필자에겐 이번 핵실험이 이전의 실험보다 폭발력이 수십 배 커진 수소폭탄 실험이라는 주장도 우려스런 것이지만, 함경도 일원을 불모지로 만들 수도 있는 방사능 누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못지않게 컸다. 북한이 실험 실시 직후 이례적으로 방사능 누출이 없었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 오히려 무슨 사고를 은폐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게 했다.

그런 의구심을 증폭시킨 것이 이날 낮 12시 29분 6차 핵실험에 의한 규모 5.7(한국 기상청발표)의 1차 인공지진 9분 뒤에 발생한 규모 4.6의 2차 지진이다. 4일 중국 지진국은 2차 지진은 6차 핵실험의 영향으로 지반이 내려앉은 결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런 지진은 지난 5차례의 핵실험에서도 없었던 현상이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핵실험장의 갱도가 함몰되고 방사능 물질이 갱도 밖으로 새어 나와 주변의 공기와 토양 지하수 등을 오염시켰을 가능성이 있다. 다섯 번의 핵실험을 같은 장소에서 했으므로 아무리 단단한 화강암 지반이라지만 상당히 약화됐을 가능성이 있는 데다 폭발력이 유례없이 컸다는 점에서 우려는 더욱 커진다.

이미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지는 7일 중국 환경부의 발표를 인용, 핵실험장과 가까운 길림성 장백의 조선족 자치현의 방사능 수치가 실험전인 3일 104.9 나노그레이에서 6일에는 최고 112.5나노그레이까지 올랐다며, 방사능 누출이 원인인 것 같다고 보도했다.     

지금 한미일 전문가들이 방사능 누출 여부를 가리기 위해 채집활동에 나섰지만, 북한 당국은 말로만이 아니라 누출이 없었다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북한도 방사능 누출의 위험성을 모르진 않았겠지만 차폐시설의 완벽성에 대해 국제사회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왔다. 북한이 근거제시에 불응할 경우 국제사회는 현장조사를 강제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방사능 오염으로부터 안전하다고 해도 함경도 일원은 심리적으로 이미 불모지가 되었다 해서 과언이 아니다. 방사능 물질이 공기 중에 떠돌고, 지하수를 타고 식수원이나 동해를 오염시킬 위험성만으로도 그곳에 살거나, 갈 사람은 없다. 이미 그곳에는 이른바 ‘귀신병’이라는 괴질이 돌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그렇게 된 대표적인 예가 서태평양 상의 비키니 섬이다. 비키니 수영복의 아름다운 상상력의 발상지인 이 섬에서 미국이 1946년에서 1958년까지 23차례의 핵실험을 한 이후 이곳은 사람이 살 수 없는 유령의 섬이 되었다.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의 무르로아 환초 역시 같은 운명이다.

과거 핵보유국들이 핵실험을 실시한 곳들은 지상, 지하, 대기권, 수중, 해저 등 다양하지만 사람이 살거나 나무가 자라는 곳은 아니었다. 사람이 사는 곳에서는 주민을 이주시킨 뒤에 했다. 

지상이나 지하 실험장도 자국 내와 식민지의 사막 또는 남서태평양 식민지의 섬 등 인적이 없는 곳이었다. 소련은 카자흐스탄의 사막과 북극해의 섬을 이용했고, 영국과 프랑스는 자국 내에 핵실험을 할 만한 곳이 없자 처음부터 과거 식민지의 사막과 섬에서 했다.

그런 기준에서 볼 때 북한은 핵실험을 할 수 없는 땅이다. 국토가 협소할 뿐만 아니라 모든 국토가 사람이 살고 야생이 있는 금수강산이다. 위성사진을 보면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 역시 나무들이 울창한 심산유곡이다. 남북통일이 되면 함흥차사의 역사가 있는 함경도는 비경의 관광지로 각광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조상들이 살았고 후대들에게 물려줘야 할 땅을 영구적인 폐허로 만드는 북한의 핵실험은 후손의 행복을 파괴하는 행위로서, 민족의 이름으로 규탄돼야 할 범죄다. 핵무기가 개발된 지 70년이 넘은 낡은 기술이듯이 핵실험 또한 낡은 기술이다. 1996년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이 유엔에서 채택된 이래 5대 핵보유국은 물론 여타 국가들도 핵실험을 중단했다. 21세기 들어 뒤늦게 핵실험에 나선 북한의 시간만 유일하게 거꾸로 간다. 

다른 무엇보다 핵실험의 환경영향에 관심을 가져야 할 국내의 환경단체들은 그동안 북한의 핵실험 핵개발에는 일언반구도 없이 오늘도 환경영향이 미미하다는 전문적인 조사결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드 반대만 외치고 있다. 

핵실험이 있는 곳이면 지구 끝까지 쫓아가 저지 캠페인을 벌이던, 그래서 CTBT를 위한 국제여론 환기의 선봉에 섰던,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Greenpeace)의 무지개 전사(Rainbow Warrior)들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가?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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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임종건

한국일보와 자매지 서울경제신문 편집국의 여러 부에서 기자와 부장을 거친 뒤 서울경제신문 논설위원 및 사장을 끝으로 퇴임했으며 현재는 일요신문 일요칼럼, 논객닷컴 등의 고정필진으로 활동 중입니다. 한남대 교수,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위원 및 감사를 역임했습니다. 필명인 드라이펜(DRY PEN)처럼 사실에 바탕한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