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서

청년이여, 세상을 바꾸시라! (2010년 6월 1일)

divicom 2010. 5. 31. 23:22

출판사에서 반가운 전화가 왔습니다. 작년 11월에 초판 1쇄를 찍은 '바람을 길들인 풍차소년'의 4쇄를

찍게 되었다고 합니다. 번역료를 인세로 받지 않고 한 번에 받는 원고료로 받았으니, 책이 잘 팔린다고 해서 제게 이익이 되는 건 아니지만, 좋은 책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니 기쁩니다.

 

이 책은 이제 막 이십 대에 들어선 아프리카 말라위의 젊은이 윌리엄 캄쾀바의 자서전이며, 원제는 'The Boy Who Harnessed the Wind'입니다. 어른들의 욕망이 시키는 대로 동분서주하는 우리나라의 십대들, 소위 스펙을 쌓느라 자신을 돌아보기 힘든 우리의 이십대들이 윌리엄처럼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의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건 만남일 겁니다. 만남은 사람을 바꾸고 사람의 행로를 바꿔 세상까지도 바꿉니다. 이 책을 만나는 사람들이 책의 주인공에게서 숨겨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오늘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깨닫기를 바랍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6월, 초록이 무럭무럭 도시의 회색을 지우는 6월이야말로 세상을 바꾸기에 더없이 좋은 때입니다. 1987년 6월 당시의 젊은이들은 전국적인 시위를 주도하여 나라의 민주화를 이루었습니다. 2010년 6월 우리의 이십대는 자신들의 삶, 인간다운 삶을 찾기 위해 나서지 않으면 안됩니다. 스펙을 쌓지 않으면 윤택한 삶을 살 수 없다, 네 친구가 바로 네 적이다, 이렇게 속삭이며 젊음을 길들이는 신자유주의적 목소리에 귀 막고, 무엇이 옳은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하는가, 생각해야 합니다. 

 

내일 당장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은 투표장에 가는 것입니다. 투표하러 갈 시간에 영어 단어를 외우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 날씨가 좋으니 들로 산으로 나가겠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다수인 한, 청년의 삶은 기득권을 가진 세대에게 아양거리는 주변인의 삶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부디 내일 전국의 모든 청년들이 정치적 냉소주의를 버리고 투표장에 나가 자신들의 삶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기를 기원합니다. 2010년 6월 2일이 이십대가 주도한 

'무혈혁명'의 날로 기록되길 바랍니다.

 

아래의 글은 '바람을 길들인 풍차 소년'의 말미에 수록된 '옮긴 이의 말'입니다.

 

'열네 살 소년이 할 수 있는 일'

 

가난 때문에 학교를 그만둔 열네 살 소년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슬픔에 빠져 멍하니 앉아 있기? 하기 싫은 공부를 안 해도 되니 잘 되었다고 즐겁게 놀기? 세계에서 가난한 나라로 손꼽히는 아프리카 말라위의 소년 윌리엄 캄쾀바는 열네 살에 세상을 바꿨습니다. 세상을 바꿔야지, 하고 마음먹고 바꾼 것이 아니라 궁금한 것을 알기 위해 노력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입니다.

 

윌리엄은 고픈 배를 동여매고 농사일을 했습니다. 큰 포부를 품고 중등학교에 들어갔지만 수업료를 내지 못해 곧 

쫓겨났습니다. 새벽부터 옥수수 밭에서 일을 하면서도 언젠가는 학교로 돌아가리라 마음먹고 자신이 졸업한 

초등학교 도서관을 드나들었습니다. 그곳에서 과학 책을 읽고 풍차로 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돈이 없어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가족을 위해 집에 전기를 놓기로 결심했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장비도 돈도 없는 상황에서는 전기를 만들겠다는 생각조차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윌리엄은 주위에 있는 고물 자전거와 남들이 버린 물건들을 이용했습니다. 쓰레기장을 뒤지다가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아도 결코 꿈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풍차를 완성해 가족과 이웃에게 전기를 공급하게 되었고, 세계적으로 유명해져 

현재는 아프리카 53개국의 뛰어난 젊은이들과 함께 차세대 지도자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어느 곳, 어느 부모에게서 태어나든 살아가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하고 싶은 일보다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종종, 다른 곳에 태어났다면, 부모님이 달랐다면 내 인생이 훨씬 살 만한 것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윌리엄은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면 자신은 물론 가족과 이웃사람들의 삶, 나아가 세상까지 바꿀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이 책을 읽는 사람 모두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기를 바랍니다. 부유하든 가난하든, 좋은 부모를 만났든 그렇지 않든 자신의 삶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임을 확인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윌리엄과 함께,

3초에 1명씩 굶어죽는 지구촌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바꾸는 데 다 같이 힘을 모았으면 좋겠습니다. 

자, 우리 모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