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의 첫달이 몇 시간 남지 않았습니다.
행복했던 31일이었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나라 안팎과 집 안팎을 걱정하며 지낸 나날이었습니다.
갈수록 자본주의가 심화되며 사람이 뒷전으로 밀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날이 계속되면 어느 날 문득 깊은 산으로 들어가게 될지 모릅니다.
나이는 노년에 들었지만 '자(資: 재물)가 '본(本)'인 세상에서 저는 갓 태어난 아기처럼 무력하니까요.
오래 전 재수시절 청계천 헌 책방에서 사 읽었던 쇠얀 키에르케고르의 책 <죽음에 이르는 병>을 떠올리며,
절망이야말로 죽음에 이르는 병임을 생각하다,
켄 로치(Ken Loach) 감독의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보았습니다.
자꾸 눈물이 났습니다.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서울, 추위를 느끼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시베리아의 추위를 견디며 간신히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이 영화는 후자에 관한 영화였습니다.
작년 5월 칸 영화제에서 이 영화로 생애 두 번째 황금종려상( Palme d’Or)을 받으며
만 여든 살 노장은 말했습니다.
'이 영화를 만들도록 영감을 준 사람들이 겪고 있는 상황을 생각할 때,
이렇게 화려한 분위기에서 상을 받으려니 아주 이상하다...
상황이 절망적일 때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극우적인 사람들이다.
우리는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고, 그리고 필요하다고 말해야만 한다.'
영화를 보며 울고 나니 숨 쉬기가 조금 편해졌습니다.
우리에게도 켄 로치 같은 예술가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나라 예술 환경이 영국과 달리 너무나 척박해, 그런 예술가가 아주 어려서 질식당하거나
여든에 이르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 아닌가 생각하니 다시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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