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나, 다니엘 블레이크(2017년 1월 31일)

divicom 2017. 1. 31. 20:35

2017년의 첫달이 몇 시간 남지 않았습니다. 

행복했던 31일이었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나라 안팎과 집 안팎을 걱정하며 지낸 나날이었습니다. 


갈수록 자본주의가 심화되며 사람이 뒷전으로 밀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날이 계속되면 어느 날 문득 깊은 산으로 들어가게 될지 모릅니다. 

나이는 노년에 들었지만 '자(資: 재물)가 '본(本)'인 세상에서 저는 갓 태어난 아기처럼 무력하니까요.


오래 전 재수시절 청계천 헌 책방에서 사 읽었던 쇠얀 키에르케고르의 책 <죽음에 이르는 병>을 떠올리며,

절망이야말로 죽음에 이르는 병임을 생각하다, 

켄 로치(Ken Loach) 감독의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보았습니다.


자꾸 눈물이 났습니다.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서울, 추위를 느끼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시베리아의 추위를 견디며 간신히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이 영화는 후자에 관한 영화였습니다.


작년 5월 칸 영화제에서 이 영화로 생애 두 번째 황금종려상( Palme d’Or)을 받으며 

만 여든 살 노장은 말했습니다.


'이 영화를 만들도록 영감을 준 사람들이 겪고 있는 상황을 생각할 때, 

이렇게 화려한 분위기에서 상을 받으려니 아주 이상하다... 

상황이 절망적일 때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극우적인 사람들이다. 

우리는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고, 그리고 필요하다고 말해야만 한다.' 


영화를 보며 울고 나니 숨 쉬기가 조금 편해졌습니다. 

우리에게도 켄 로치 같은 예술가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나라 예술 환경이 영국과 달리 너무나 척박해, 그런 예술가가 아주 어려서 질식당하거나

여든에 이르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 아닌가 생각하니 다시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