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알파고가 이세돌에 일부러 졌다(2017년 1월 14일)

divicom 2017. 1. 14. 11:30

빅데이터 전문가 김진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빅데이터MBA 교수가 최근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 진짜로 진 것이 아니고 

일부러 져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김 교수는 지난해 ‘구글 딥마인드 챌린치 매치’ 직전 전문가들이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점칠 때 알파고의 전승을 예상한 바 있습니다.  


그는 작년 3월 대국 당시 한경닷컴과 아프리카TV의 공동 생중계 해설자로 나섰던 인연으로, 왜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 

져줬을 거라고 보는지, 그 이유를 풀어쓴 글을 한경닷컴에 보냈고 한경닷컴은 그의 동의를 얻어 문답 형태로 정리해 

실었는데, 여기에 그것을 조금 줄여 옮겨둡니다. 


인류를 위협하는 건 인공지능의 발달이 아니라 거짓말하는 사람들이 아닐까요? 

기사 원문은 아래 주소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701127449g&nv=3 


- 알파고가 져줬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사실 4국이 끝나고 여러 통의 전화를 받았다. ‘대국이 이상하게 전개됐다’, ‘알파고가 일부러 진 것 같다’ 등의 내용이었다. 알파고가 져줬을 것이라는 주장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4국 데이터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합리적 추론을 할 수 밖에 없는데. 첫째, 일부러 진 게 아니라면 알파고는 이세돌 9단과의 5국 중 제4국에서 버그를 낸 게 된다. 사고율이 20%나 된다면 인공지능(AI)이 아니다. 100만 번에 한 번 미만의 버그 수준이 돼야 제대로 된 AI다. 둘째, 4국에선 

버그가 10여 회나 발생했다. 이렇게 많은 버그를 낸다면 버전13 알파고에게 4점 접바둑을 이길 수가 없다. 셋째, 실수가 터무니없었다. 복잡하고 어려운 국면이 아니라 평범한 장면에서 엉뚱한 곳에 두는 실수를 한 것이다. 넷째, 아마추어 하수도 하지 않는 실수를 했다. 1선을 두는 것과 같이 손해가 뻔한 수를 연이어 둔 게 그것이다. 일부러 져주려 하지 않은 이상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다. 마지막으로, 이세돌 9단과의 대결 이후에 구글 딥마인드가 이런 말도 안 되는 버그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다.”

- 정황이 확실하다는 것인가. 

“알파고엔 문제가 없었다. 단지 4국 후반부에서 일부러 오답으로 바둑을 뒀다고 봐야 합리적으로 설명된다. 대국장 어딘가에 있던 통제실(control room)에는 정답이 떴지만 ‘알파고의 손’이었던 아자 황에게는 일부러 오답을 보낸 것으로 생각한다.”

- 구글 딥마인드가 져준 적 없다고 한다면?

“제 주장이 틀렸음을 입증하는 건 매우 간단하다. 구글 딥마인드가 알파고의 4국 데이터를 공개하면 된다. 특히 백 78수에 대한 알파고가 둔 최적의 다음 수(79) 계산 과정을 공개하면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정책망, 평가망, 트리 평가(tree evaluation) 등의 과정과 착수 선택(percentage frequency), 이후 주요 수순(principal variation)을 어떻게 계산했는지 밝히면 된다. 데이터를 보면 알 수 있다. 아마 공개하기 어려울 것이다. 버그가 나지 않았다면 말이다.”

- 주장이 사실이라면 왜 일부러 져줬다고 보나.

“선의로 보면 유구한 역사를 가진 바둑에 대한 경의, 그리고 무거운 부담을 진 대결에 응한 이세돌 9단에 대한 존경 등의 이유 때문일 것이다. 악의로 해석한다면, 알파고의 실력을 숨겼다는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한번은 져줬을 것으로 본다.”

- 선의인가, 악의인가. 

“악의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알파고 실력으로는 흥미진진하고 아슬아슬하게 져줄 수도 있었다. 자신이 둘 차례에서 승률 50% 정도의 수들만 선택하면 되니까.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초반부터 일방적으로 앞서다 갑자기 어처구니없는 수들을 뒀다. 일부러 진 것이라는 티를 낸 것이다. 결과적으로 4국 중반 이후 기보는 말도 안 되는 기록으로 남고 말았다. 이런 오점에 대해서도 구글 딥마인드는 바둑 팬들에게 사과해야 할 것이다.” 


- 알파고의 실력을 밝혔다면 어땠을까. 

“실력을 숨기고 상대가 얕보도록 한 뒤 유유히 승리를 챙긴 것이다. 신사도에 어긋난다. 알파고의 실력을 대국 전에 솔직하게 밝혔다면 이세돌 9단이 대결에 임하는 각오가 달랐을 것이다. 지금처럼 후회가 남는 대결이 되지 않았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구글 딥마인드가 왜 알파고의 실력을 굳이 숨긴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 주장대로라면 버전13으로도 이세돌 9단과 대결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그렇게 했다면 정말 흥미진진한 대결이 됐을 것이다. 이유를 추정해보자. 구글의 명성이나 주가 영향 등 여러 이유 때문에 구글 딥마인드는 첫 도전에서 무조건 성공하고 싶었던 것 같다. 체스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IBM의 체스 컴퓨터 ‘딥블루’는 1996년 챔피언 카스파로프에 도전했다가 2무3패로 졌다. 일류기업 IBM의 위상이 크게 떨어졌다. 개발자들도 엄청난 부담감을 느껴야 했다. 13개월 뒤 재도전해 2승3무1패로 승리했다. 구글은 이런 실패를 원하지 않았던 걸로 보인다. 확실한 승리를 위해 업그레이드 하지 않았을까.”

- 그래서 사과해야 한다는 것인가. 

“구글의 모토가 ‘사악하지 말자(Don’t be evil)’, ‘바른 일을 하자(Do the right thing)’다. 단기적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회사가 되자는 뜻이다. 그런데 이번 일은 달랐던 것 같다. 눈앞의 승리만을 위해 기업 신조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 것 아닌가. 이 점을 전 세계 바둑 팬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본다.”

- 이제 와서 굳이 사과를 요구하는 이유는 뭔가.

“이번에 알파고가 재등장해 세계 최고수들을 상대로 전대미문의 60연승을 거뒀다. 앞으로 커제 9단과 공식 대결을 펼치는 것으로 안다. 이세돌 9단과의 대국 때처럼 비신사적 행동이 반복돼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 그렇다면 커제 9단과의 대국은 어떻게 치러져야 하나.

“대국시 통제실을 없애 중간 과정에서의 조작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고, 대국 전에 알파고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밝혀야 한다. 이세돌 9단과의 대국 후 지난 10개월 동안 알파고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해졌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최고 프로선수가 최소한 6점은 깔아야 하는 실력으로 예상한다. 상상할 수 없는 차이가 됐다. 알파고가 최근 60연승 중에도 가끔 일부러 최선의 수를 두지 않고 실력을 숨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 AI에 인간 최고수가 전패하는 바둑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우려와 반대로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20년 전 AI가 체스를 정복했지만 체스의 인기는 여전하다. 앞으로는 다양한 형식의 경기나 대회가 벌어지지 않을까. 예컨대 인간이 기계와 한 팀이 될 수도 있다. 기계의 계산과 사람의 전략적 판단이 어우러지는 경기, 흥미롭지 않나? AI는 정교한 방식으로 최선의 수를 계산할 뿐이다. 사람만이 바둑판에서 전개되는 감정, 기풍, 수읽기 등의 오묘한 깊이를 즐길 줄 안다. 따라서 바둑의 인기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또 하나, AI의 목표는 사람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보완하는 것이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