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박근혜 퇴진' 분신 스님 사망(2017년 1월 10일)

divicom 2017. 1. 10. 12:48

어제 제사 준비를 하다가 손가락을 베었습니다. 

뚝 뚝 떨어지는 붉은 피를 보며, 남과 사회를 위해 피 흘린 분들을 생각하니 부끄러웠습니다.

밤새 베인 곳이 욱신욱신해서 깊은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아프다'는 말이 절로 나왔는데, 그러곤 또 부끄러웠습니다.


어젯밤 돌아가신 정원스님을 생각하니 지금 제가 느끼는 아픔도 부끄럽습니다. 

스님은 자신의 사망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셨다는데, 이 나라엔 헛된 희생이 너무 많았습니다. 

베인 손가락보다 마음이 더 아픕니다. 아래에 서울신문의 관련기사를 옮겨둡니다.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70110011014&spage=3


‘박근혜 퇴진’ 정원스님 분신 이틀만에 결국 사망


지난 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 및 체포를 촉구하며 분신한 정원스님(서모씨·64)이 이틀 뒤인 9일 저녁 세상을 떠났다.

정원스님 분신항거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등에 따르면 정원스님은 이날 오후 7시 40분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앞서 병원 측은 “환자는 전신에 3도 화상을 입었고, 기도를 확보하는 ‘기관절개술’을 시행 후 새벽 2시께 중환자실로 옮겼다”면서 “중한 화상으로 인해 폐, 심장, 콩팥 등이 많이 손상돼 화상치료와 병행치료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보호자 측이 평소 고인의 뜻에 따라 연명치료를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위독한 상태였던 정원스님은 눈을 감았다. 서울대병원은 화상으로 인한 다장기부전이 사인이라고 설명했다.

정원스님은 지난 7일 촛불집회가 끝난 밤 10시 30분쯤 종로구 경복궁 앞 광화문시민열린마당에서 몸에 휘발성 액체를 끼얹고 스스로 불을 붙여 분신했다.

분신 현장에서 발견된 스케치북에는 ‘박근혜는 내란사범, 한일협정 매국질. 즉각 손떼고 물러나라!’, ‘나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나의 죽음이 어떤 집단의 이익이 아닌 민중의 승리가 돼야 한다’는 유서 형식의 글이 적혀 있었다.

비대위에 따르면 1977년 해인사로 출가한 정원스님은 1980년 신군부의 광주 민주화운동 탄압에 저항하는 불교탄압 공동대책위 일원으로 활동했고, 1987년 6월 항쟁에도 참여했다. 2006년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이전반대투쟁, 2008년 광우병 수입소고기 반대 투쟁, 2014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등 다양한 사회운동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